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9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적 지원 업무를 위해 20억 달러(약 2조9천7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유엔의 비효율적인 운영에 '개혁의 메스'를 들었다.

이는 과거 단순히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유엔 기구들의 자구적 개혁을 유도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원 규모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 몇 년간 연간 최대 170억 달러(약 24조4천억 원)에 달했던 과거 미국의 유엔 인도주의 프로그램 지원금과 비교해 대폭 축소된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지원금 삭감 조치가 유엔 기관들이 새로운 재정 현실에 적응하고 스스로 변화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A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이들은 현재의 20억 달러 규모가 세계 최대 인도주의 지원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기에 충분히 관대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지원금 결정과 관련하여 성명을 통해 "유엔 인도주의 기관들만큼 개혁이 시급한 곳은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유엔이 인도적 지원 기능을 통합하여 관료주의적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개별 유엔 기구들이 이제는 변화에 적응하여 규모를 줄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유엔 시스템 전반에 걸쳐 만연한 비효율성과 방만한 운영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오래된 비판 의식을 다시 한번 드러낸 대목이다.

이번 지원금 집행은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조정 담당 사무차장이 이끄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과의 예비 합의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개별 기구의 요청에 따라 지원이 별도로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OCHA가 각국의 지원금을 한데 모아 유엔 산하 기구로 재배분하는 통로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의 전환은 지원금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진정한 인도주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창출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등 유엔 산하기관들은 이미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보다 수십억 달러 적은 수준의 지원밖에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기관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자구책 마련과 자체적인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간 유엔 정규 예산의 22퍼센트(%)를 분담하는 최대 기여국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분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아 유엔이 재정난에 직면하고 내년도 예산을 감축하며 직원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유엔의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의 강력한 입장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