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사진=연합뉴스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 주둔해온 미 육군 5-17공중기병대대가 지난해 12월 15일자로 운용 중단된 사실이 1일(현지시간) 미 의회조사국(CR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보고서를 통해 파악됐다.

이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군사 전략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역할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군사 용어에서 ‘deactivate’는 특정 부대의 실질적 운용 중단 또는 해체를 의미한다.

◆ 미 육군 변혁 이니셔티브와 전력 재편의 움직임

이번 5-17공중기병대대(5-17 ACS) 운용 중단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른 ‘미 육군 변혁 이니셔티브’(ATI, Army Transformation Initiative)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2022년 창설된 5-17공중기병대대는 약 500명의 부대원과 아파치(AH-64E) 공격헬기, RQ-7B 섀도우 무인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 등을 운용한다.

이 부대는 과거 연합사단에 순환 배치되던 아파치 헬기가 고정 배치되면서 주한미군의 전투력 보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이번 운용 중단이 해당 부대의 병력과 장비 철수를 의미하는 것인지, 또는 대체 부대가 투입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CRS 보고서는 5-17공중기병대대가 운용 중단된 지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 16일, 캠프 험프리스 주둔 제2보병사단 전투항공여단(CAB, Combat Aviation Brigade)의 의무후송 부대(MEDEVAC)가 재편되었다고 밝히지만, 구체적인 재편 내용은 언급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사진=연합뉴스


◆ 주한미군 감축론 재점화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가능성

한국 입장에서는 5-17공중기병대대 운용 중단 조치가 주한미군 병력의 ‘순감’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에 더 많은 안보 역할 분담을 요구하는 한편, 미군의 글로벌 태세 조정을 검토하면서 현재 2만8천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 중 ‘현재의’라는 단어가 사라진 점도 이러한 관측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아울러 대만 분쟁 개입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미군 역할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5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Wall Street Journal)은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천500명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하지만, 당시 미 국방부는 이를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사진=연합뉴스


◆ 미 국방수권법의 단서 조항과 한국 국방부의 신중한 입장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해 12월 18일 발효된 2026회계연도 미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은 법안을 통해 승인되는 예산을 한국에 배치된 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2만8천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거나 한국, 일본,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등과 협의했다는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후 금지를 해제한다는 단서가 달린다.

이에 따라 국방수권법 조문이 주한미군 감축을 막는 강제력 있는 조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2일 5-17공중기병대대 운용 중단에 대해 "미 전쟁부에 문의해달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했다.

'평택 주둔' 미 육군 5-17공중기병대대 비활성화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 주둔해오던 미국 육군 1개 비행대대가 지난달 비활성화(deactivate)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군사 전략 재편의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또는 역할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 현대전의 변화에 따른 미 육군의 대대적 대응 전략

다만 한국 군 당국은 이번 조치가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부대의 운용 중단이 주한미군 감축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한다.

안 장관은 아파치 헬기와 관련하여 미 육군에 여러 변화가 있는데, 이는 육군 전체의 개혁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오는 6일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여러 사안을 직접 들어볼 것이라고 덧붙인다.

국방부 관계자 또한 통화에서 "현대전에서 아파치 헬기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런 차원의 변화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다.

‘전차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아파치는 현존 최고 성능의 공격헬기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대전에서 대형 공격헬기가 값싼 드론이나 휴대용 미사일에 요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격헬기 무용론’이 제기된다.

이에 미 육군은 지난해 5월 구형 아파치 모델을 순차적으로 퇴역시키고, 드론 역량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실제로 주한미군 5-17공중기병대대 외에도 미 본토 내에서 아파치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는 6곳의 공중기병대대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 순차적으로 운용이 중단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기존 아파치 운용 부대를 공격·정찰용 무인기를 주력으로 삼는 부대로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