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영어 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의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사교육비 총액이 60퍼센트(%) 이상 증가하여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 저연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체 초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율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Korean Statistical Information Service)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조1천9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18조2천297억 원과 비교하여 60.1퍼센트(%) 증가한 수치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 17조8천346억 원으로 일시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6년 18조606억 원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었고, 2019년 20조9천970억 원을 기록하며 20조 원을 다시 넘어섰다.
2020년에는 19조3천532억 원으로 일시 감소했으나, 2021년부터는 4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한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교육 서비스 물가 상승과 소득 증가로 인한 교육 지출 여력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맞벌이 가구 증가로 학원이 아이 돌봄 기능을 일부 대체하고 있고, 한 자녀 가구가 늘면서 자녀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 미쳤다고 분석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잦은 입시 정책 변경과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 초·중·고 사교육비 변화.사진=연합뉴스
특히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전체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초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13조2천256억 원으로, 2014년 7조5천949억 원 대비 74.1퍼센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학교 사교육비는 40.7퍼센트(%) 늘어 증가율이 가장 낮았고, 고등학교는 60.5퍼센트(%) 증가했다.
총액 규모에서도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중학교 7조8천338억 원의 약 1.7배, 고등학교 8조1천324억 원의 약 1.6배에 달했다.
과목별로는 초등학교 사교육비 중 일반교과가 8조3천274억 원으로 63.0퍼센트(%)를 차지했으며, 예체능·취미·교양은 4조8천797억 원으로 37.0퍼센트(%) 수준이었다.
개인당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도 크게 증가했다.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4년 44만2천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10년 전보다 21만 원(90.5%) 증가했다.
일반교과는 27만8천 원, 예체능·취미·교양은 16만3천 원가량이었다.
같은 기간 중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7만 원에서 49만 원으로 22만 원(81.5%) 증가했다.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3만 원에서 52만 원으로 29만 원(126.1%) 늘어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10년 전에는 중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더 많았으나, 고등학생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개별 부담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초등학교 단계에서 가장 높았다.
2024년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87.7퍼센트(%)로, 10년 전보다 6.6퍼센트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중학교 78.0퍼센트(%)나 고등학교 67.3퍼센트(%)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초등학교의 일반 교과 사교육 참여율은 67.1퍼센트(%)였으며, 예체능·취미·교양은 이보다 높은 71.2퍼센트(%)로 집계됐다.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2025년 사회동향에서 "학년이 올라가면서 일반교과의 사교육 참여율 및 사교육비는 증가하는 반면 예체능·취미·교양 과목의 사교육 참여율 및 사교육비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맞벌이 가구 증가 속에 예체능 학원이 아이의 방과 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초등 사교육 급증의 배경으로 선행학습을 지목한다.
양정호 교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고등학교에 가서 준비하면 이미 늦고 영어, 코딩 교육은 초등학교 때 미리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4세 고시는 유아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레벨 테스트를,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명 영어·수학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의미한다.
지나친 교육열과 입시·교육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면서 사교육 연령대를 하향시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도 지나친 사교육 저연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8일 여야 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학원에 적극적인 행정 처분이 뒤따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