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장 향하는 한중 정상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일 정상회담을 위해 경북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다음날인 2일 SNS 공개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SNS/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3박 4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일정이 양국 관계에 대한 높은 중요성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도 한중 관계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다.

중국 관영 양광망은 이날 현지 외교 전문가인 왕쥔성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왕 연구원은 "이번 방중은 이재명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며, 이 대통령은 중국이 맞이하는 첫 번째 외국 정상"이라며, 이러한 '최초 행보'는 양국 관계의 높은 중요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및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은 양국이 수교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관계 발전을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웃 국가로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력이 양국 공존의 올바른 길임을 재확인시켜준다"고 덧붙였다.

왕 연구원은 또한 한중 양국이 '항일 역사'라는 공통의 역사를 가지며 다자주의 수호 협력에도 함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중 관계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경제·무역 분야에서 공통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모두 동북아 지역 평화와 안정을 공동의 이익으로 하고, 반파시즘 전쟁과 항일 전쟁 당시 서로를 지원한 공통의 역사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한국은 수출 지향 경제체제로 국제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다자 협력을 적극 추진해왔다"면서 "한중 양국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공동으로 반대하는 데에도 실질적 협력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중 협력 강화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나아가 글로벌 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화권 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이 한중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안보 문제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과 군사 동맹 관계인 한국이 중국·일본·대만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작은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과 얽혀 있는 한반도 문제에 뚜렷한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부교수는 싱가포르의 중국 일간지 연합조보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재개 여부 등 북한 문제는 한국의 최대 관심사이지만, 중국에는 미중 지정학 구도와 불가분의 문제"라며 "중국이 명확한 약속을 하기는 힘들고, 기껏해야 외교적 발언으로 한국을 달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연합보·대만중앙통신 등 대만 매체들은 익명의 국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하여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 '하나의 중국'에 대한 공개 지지 및 미국과 협력해 생산한 군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운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타이폰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배치에 협력하지 않을 것과 주한미군 확대 반대를 회담의 조건으로 함께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 매체는 중국이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에 대한 제재를 공식 해제하고,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공연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 철폐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중 무역 전쟁 확전 자제 합의에 따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향후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한 바 있으며,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제한하는 비공식적인 보복 조치인 한한령을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