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 등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피고인'임을 강조하며 이번 조치를 정권 교체가 아닌 법 집행을 위한 적법한 행위로 주장했다.
그러나 전쟁이 선포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제3국인 미국이 유엔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정상을 그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하고 해외로 이송한 행위에 대해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월 3일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최근의 긴장 고조를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런 전개는 위험한 전례가 된다"며 "사무총장은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모두가 완전히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법의 규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내 모든 행위자가 인권과 법치주의를 완전히 준수하며 포용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엔헌장 제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적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무력을 사용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자위권 발동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 없이는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유엔의 기본 방침이다.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 공격 항의 시위.사진=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 역시 "깊은 충격"을 표하며 미국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와 일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데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히며, "중국은 미국에 의한 패권적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미국의 공격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며,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국제법 준수 및 주권과 타국 안보 침해 중단을 촉구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엑스(X, 구 트위터)에 "마두로 체포로 이어진 군사 작전은 무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에 뒷받침되는 원칙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국제법 전문가들 역시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전 시에라리온 유엔 전쟁범죄재판소 소장 제프리 로버트슨은 영국 일간 가디언(Guardian)을 통해 "미국은 이번 조치가 자위권 행사였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를 뒷받침할 그럴듯한 방법이 전혀 없다"면서 "누구도 베네수엘라군이 미국을 곧 공격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킹스턴대학 국제법 교수 엘비라 도밍게스-레돈도 또한 이번 작전을 "타국에 대한 침략 범죄이자 불법적인 무력 사용"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러한 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세계 최강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유엔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이번 국제법 위반 논란을 두고 대만을 노리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자신들의 침략적 행위를 정당화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러시아를 두둔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를 직접 공격한 현 시기가 대만을 군사적으로 장악할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전 세계의 종전 촉구를 무시하며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을 계속해서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Telegraph)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미국이 전 지구적 역할에서 발을 빼고 지역적 패권 추구로 물러선다는 판단 하에 오히려 더욱 대범한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