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군사 작전에 대해 지지와 비난 모두 어려운 딜레마 속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외무성은 4일 오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며 일본인 안전 확보에 최우선으로 대응하겠다”며 “관계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정보 수집을 포함한 대응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일본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호소해 왔다”며 “자유,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고 일관되게 국제사회에서 국제법 원칙의 준수를 중시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입장에 기초해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회복, 정세 안정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외무성은 연락실과 베네수엘라 주재 일본 대사관에 현지 대책본부를 설치해 체류 일본인 안전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시점에 일본인 피해 정보는 없다”고 전했다.
미국 작전 소식이 일본 시간으로 3일 오후 알려졌으나 외무성 성명은 거의 24시간 뒤에 발표됐다.
발표 주체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아닌 대변인이었다.
일본 정부는 군사 작전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피하고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를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평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외무성 성명을 압축한 내용만 게시하는 데 그쳤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단으로 난제를 안게 됐다고 해설했다.
미일 동맹을 안보 기축으로 삼는 상황에서 지지 입장을 검토할 수 있으나 국제법 위반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국 작전을 비판할 경우 중국과 갈등 속에서 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교도통신은 “미국의 군사 공격을 용인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에 ‘국제법을 무시해도 관계없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무성 성명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발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주요 7개국(G7) 반응을 지켜보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를 검토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전망이다.
외무성 간부는 “지금까지 일본은 법의 지배에 기초한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주장해 왔다”며 “국제법과 미일 관계라는 양쪽 관점에서 일본 입장을 어떻게 표명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국익을 위해 국제법보다 무력을 우선시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국익 확보를 위해 다른 나라에 대한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정권의 자세를 선명히 드러냈다”며 “국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해설했다.
아사히신문도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군사력을 통한 마두로 대통령 축출 강행은 국제질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