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5일 중일 갈등과 관련하여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여러 현안과 과제가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여러 대화에 열려 있고 문을 닫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후에 나왔음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과의 소통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일본 안보 정책의 근간이 되는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한 방위력 강화에 다시 한번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혼슈 중부 미에현 이세시의 이세신궁(伊勢神宮) 참배 후 현지에서 개최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교 정책에 관한 질문에 "중국과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중국 측과 의사소통을 지속하면서 앞으로도 국익 관점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의 강한 반발과 압박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중 외교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는 또한 미국이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 정세 안정화를 향한 외교 노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군사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인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아 관계국과 긴밀하게 연계해 대응하고 있으며, 일본이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라는 기본적인 가치와 원칙을 존중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서도 미국 군사 작전과 관련해 같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오는 3월 미국 방문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으며, 이날 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국의 방위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증강, 중국·러시아·북한의 연계 강화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교훈 삼아 새로운 전투 방식과 장기전을 대비하는 등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강한 각오를 갖고 우리나라의 독립과 평화,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기 위해 올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목표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 논의가 정부 내에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에 대한 조기 개정은 다카이치 총리가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을 위해 취임 직후부터 주력해온 사안이다.

이들 문서는 2022년 12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바 있다.

3대 안보 문서 개정은 헌법에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이 실질적인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는 작업을 얼마나 진전시킬지 판단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40분간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신년사에 이어 다시 한번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을 강조하며 경제 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은퇴 이전 현역 세대가 '오늘보다 내일은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면서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와 관련해 "10조 엔(약 한화 92조 원) 이상의 공적 지원 등을 활용해 50조 엔(약 한화 460조 원)이 넘는 민관 투자를 촉진하고, 약 160조 엔(약 한화 1천472조 원)의 경제 파급 효과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 안정 없이는 강한 경제 정책도, 외교·안보 정책도 추진할 수 없다"며 내각에 협조적인 국민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협력을 요청했다.

일본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중의원(하원) 조기 해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눈앞의 과제에 열심히 대응하겠다"며 일단은 경제 정책 실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이세신궁을 참배할 때 강경 보수 성향의 아베 신조 전 총리 사진을 준비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베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여 방위력 강화, 양적 완화 정책 등을 추진하는 자신의 정치적 기조를 일본 내 보수층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총리가 새해가 되면 참배하는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모시는 신사로, 일본 보수층의 성지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