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4∼7일(현지시간)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상황에서 일본에 대한 군사용 이중용도 물자 수출 금지를 6일 발표하며 한미일 연대를 겨냥한 ‘갈라치기’ 전략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시진핑 주석의 미일 견제 발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에 압박을 가했다.
시 주석은 일본과 관련해 “80여년 전 한중은 큰 민족적 희생을 치르고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며 “오늘날 더욱 손잡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를 지키고 동북아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와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는 동시에 역사 문제를 활용해 한국의 동조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을 염두에 두고 “한중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서 보호주의에 함께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 보편적·포용적 경제 세계화 추진에도 공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에 “한중은 함께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맞섰다”며 “중국이 한국의 재중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호한 것에 감사한다”고 응답했다고 중국 측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7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건물을 방문할 예정으로, 중국 내 일부에서는 이 일정에 ‘항일’ 의미를 부여하며 한중 역사적 우의를 강조하고 있다.
◆ 일본에 대한 추가 제재 발표
중국 상무부는 6일 올해 첫 공고를 통해 일본의 군사 사용자 및 군사적 용도, 일본 군사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모든 최종 사용자·용도와 관련한 이중용도(민수용·군수용 겸용) 물자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가능성 시사 발언을 직접 거론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최근 대만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하고 대만해협에 무력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중국 내정에 무분별하게 간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 직후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취소, 일본 콘텐츠 유입 제한 등 다양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군사용 물자 수출 금지는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 일본 매체들의 우려와 분석
일본 주요 매체들은 한중 정상회담과 중국의 제재 타이밍을 주목하며 중국이 한미일 협력 분열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시 주석의 일본 관련 발언을 “중국이 일본을 염두에 두고 자국에 동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신문은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경주 한중 정상회담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점을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이 이 대통령의 이달 중순 일본 방문 계획을 의식해 방중 일정을 서둘렀다고 전했다.
이는 한미일 연대 강화를 경계하며 3국 간 분열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마이니치신문도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과 중일 갈등 상황을 고려해 한미일 협력을 약화시키고 대만 문제에서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일 3개국을 비롯한 우호국 연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추진 방침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어, 미일 간에도 한미일 협력 강화 의지가 재확인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