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관련자 8명의 결심 공판이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시작되었다.
이 재판은 변론을 마무리 짓고 국가의 헌정 질서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의 법적 종착역에 당도하고 있어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다.
◆ 치열한 법정 공방과 김용현 전 장관 측의 반발
오전 9시 20분경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시작된 결심 공판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외에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피고인 8명이 모두 자리에 참석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측에서는 박억수 특검보를 비롯한 8명의 검사가 출석하여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으며,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오전 재판에서는 내란 특검팀과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의 서류증거(서증) 조사가 이어졌다.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는 "계엄 선포 조건인 국가적 위기 상황인지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검찰(특검)이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생각을 가지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이번 재판이 정치 재판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과 김 전 장관 측은 증거 조사 절차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김 전 장관 측이 서류 복사본 부족을 이유로 들자, 특검 측이 준비 부족을 지적하며 발언 순서 변경을 요청하는 등 신경전이 오갔다.
이를 지켜보던 지귀연 재판장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자, 김 전 장관 측은 "우리가 징징댄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며 반발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중재로 상황은 정리됐고, 김 전 장관 측은 구두 변론으로 전환했다.
김 전 장관 측 서증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대체로 눈을 감고 있거나, 때때로 옆자리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방청석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 구형량과 최후변론에 쏠린 국민적 관심
재판부는 낮 12시 30분경 오전 재판을 마치고 휴정한 뒤 오후 2시에 재개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남은 서류증거 조사를 마무리한 뒤 특검팀의 최종의견 진술과 구형,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구형과 변호인 측의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등 모든 절차가 종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최후변론에 6시간에서 8시간을 할애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조 전 청장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1시간 내외로 최후변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에만 1시간가량 발언한 바 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팀의 구형량이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다.
특히 30년 전인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수괴(형법 개정 후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사형이 구형된 전례가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조은석 특검은 전날 특검보와 부장검사 이상 주요 간부를 소집하여 6시간에 걸쳐 구형량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려 한 죄책이 중대하고 공판 내내 책임 회피로 일관하며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단죄의 의미로 사형을 구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사형 구형 시 예상되는 사회적 파장과 실질 형량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 구형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하여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없었음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주요 혐의 내용은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것,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한 것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내란 특검팀에 재구속된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한동안 출석하지 않다가, 대척점에 선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같은해 10월 30일부터 꾸준히 법정에 나와 방어권을 행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