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이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 겸직에서 물러나고, 해외 출장에서 규정을 초과 지출한 숙박비 4천만 원을 개인적으로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혜택과 방만한 출장비 지출 등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강 회장은 이날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감사 지적 따른 겸직 사임과 대국민 사과

강호동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숙여 사과하며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다짐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11년 전산장애로 금융 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15년 만이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특별검사에서 비위 의혹, 인사·조직 운영 난맥상, 내부 통제 장치 미작동 등 총 65건의 문제를 확인했으며, 특히 농협중앙회가 임원 개인 형사 사건에 공금 3억2천만 원을 지출한 의혹 등 두 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강 회장 또한 금품 수수 혐의로 지난해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앙회장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관례에 따라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농식품부 감사에서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 원이 넘는 연봉과 수억 원의 퇴직금을 추가로 받는 것이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아울러 주요 임원인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전무이사),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도 이번 사안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앞으로 강 회장은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은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농협중앙회 대국민 사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농협 임직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제도 개혁 및 농협개혁위원회 구성

농협중앙회는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미흡한 부분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안은 선제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하루 250달러(약 한화 32만6천 원)로 제한된 해외 숙박비 규정을 물가 수준을 반영해 상향하는 등 관련 제도와 절차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할 방침이다.

강 회장은 5차례 해외 출장에서 하루 200만 원이 넘는 해외 5성급 스위트룸에 묵은 것을 포함하여 숙박비 상한을 초과 지출한 출장비 4천만 원을 개인적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또한 농협은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계·학계·농업계·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중앙회장 선출 방식, 지배구조, 농축협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 선거제도 등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조합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가 구성하는 농협개혁추진단과 긴밀히 소통하며 개혁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앞으로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동참해 농협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스마트농업 확산, 청년농업인 육성,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등 농정 핵심 과제와 농협 사업을 연계하여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앞장설 방침이다.

강 회장은 "농협은 지난 65년간 농업·농촌과 농업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5분 넘게 사과문을 낭독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으며, 금품 수수 혐의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다음에…."라면서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