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hite Ribbons of Peace 페이스북 캡처
“If you find in your heart to care for somebody else, you will have succeeded.”
미국의 시인이자 배우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1928-2014)의 이 말은 "어느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사랑의 불씨를 네 가슴 속에서 찾을 수 있다면 너는 성공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를 관찰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많은 이들이 미국의 기부문화를 그 핵심 동력으로 꼽는다.
중앙정부가 지역사회에 일일이 손을 뻗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의 소소한 문제들을 지역사회가 스스로 해결하는 문화가 미국 사회에 깊숙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사회의 깊이 뿌리내린 기부 문화
미국 가정은 통상적으로 가계 예산의 2.5퍼센트(%)를 기부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미국인들이 기부한 총액은 약 6천억 달러(약 한화 800조 원)에 이르고 있다.
빌 게이츠와 같은 거액 기부자들은 작년에 90억 달러(약 한화 12조 원)를 내놓았고, 소설가이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MacKenzie Scott)은 70억 달러(약 한화 9조3천억 원)를 기부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기부액의 3분의 2는 이들에 비하면 소액을 기부하는 개개인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으며 대량 해고 사태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기부문화를 꾸준히 이어가는 배경에는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이들의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한 미국 길거리의 걸인이 태양빛에 반짝이는 반지 하나를 주워 경찰서에 맡기고 홀연히 사라진 일화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경찰이 광고를 내어 주인을 찾아주었는데, 마침 한 여인이 가장 아끼던 결혼반지를 잃고 크게 상심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걸인이 있던 곳을 찾아 거금을 희사했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정직을 택한 걸인의 사연이 지역 신문에 대서특필되자 지역사회에서는 수십만 달러(수억 원)의 돈을 모아 걸인에게 전달한 기사를 필자는 읽은 바 있다.
이러한 일화는 미국 사회가 내재한 나눔의 가치를 뚜렷이 보여준다.
필자가 환승하는 동작역 지하철 환승 통로에는 특히 퇴근 시간에 수만 인파가 몰리는 명당자리에 가냘픈 육신의 노인 한 명이 벽에 의지한 채 빈 밥그릇 하나를 놓고 적선을 애원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아 그의 밥그릇은 언제나 비어 있는 모습은 앞서 언급된 미국 사회의 모습과 대비되며 필자에게 깊은 사유를 안겨주었다.
클린턴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하는 마야 안젤루.사진=SNS 캡처
◆ 남을 위한 삶, 진정한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절 런던의 저명한 목회자였던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 목사는 "너의 이름을 대리석에 새기려 하지 말고 인간의 가슴 속에 새기라"고 설파했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가장 의미 있는 삶은 "자신보다 더 오래 갈 것들을 위해 사는 삶"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위해 한 일들은 필자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만, 남을 위해 한 일들은 필자가 가도 그들과 함께 영생할 것이다.
한 사회가 성공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그 사회를 규정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그는 성공했다'고 말할 때는 통상적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배금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며,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 지금 그런 현상들을 필자는 지면을 통해 너무나도 많이 접하고 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남에게 금전적인 기부를 하는 것은 반드시 돈이 넘쳐서가 아니라, 사랑이 넘치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는 곳에 돈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고매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남을 성공에 이르도록 이끌어주는 일일 것이다.
십대 미혼모로 시작하여 흑인 여성으로는 미국 지성의 최고봉에 올라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하기도 했던 마야 안젤루는 성공의 척도를 다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크기로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부문화가 정착한 미국 사회는 성공한 사람이 더 많고, 성공한 사람의 비율이 많은 사회일수록 성숙한 사회라 부를 만하다.
극도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한국이나 중국이 영원히 이류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2026년 1월 13일 박인철 씀 (의학박사, 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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