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방문할 나라현 호류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 정상은 14일 나라현 사찰 호류지를 방문한다. 사진은 호류지 서원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3일 혼슈 서부 나라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회담이 열린 나라현을 '한일 교류의 원점'이라고 보도하며, 고대부터 이어진 양국 간의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정치적 본거지로, 교토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적 명소로 손꼽힌다.

8세기 일본의 수도였던 헤이조쿄가 위치했던 곳으로, 현재도 곳곳에 유서 깊은 사찰과 풍부한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나라현에 대해 "역사적 건물이 많다"며 "예부터 대륙(중국)과 한반도 도래인이 문화를 전승하는 등 한일 '교류의 원점'으로 깊은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도래인은 주로 5세기에서 6세기경 중국과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을 일컫는다.

특히, 실크로드를 거쳐 전해진 많은 보물을 모아둔 나라시 쇼소인(正倉院)에는 한국 전통 악기인 가야금과 매우 흡사한 '신라금'이 보존되어 있다.

또한 신라와 백제에서 사용된 묵(墨)도 남아 있어 양국 간의 활발했던 교역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쇼소인은 나라시 사찰 도다이지(東大寺)에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로, 756년 쇼무 일왕이 세상을 떠나자 부인 고묘 왕후가 명복을 빌며 바친 애장품을 비롯해 수많은 보물이 소장되어 있다.

쇼소인의 유물은 나라 국립 박물관에서 정기적으로 일부가 전시되는데, 2024년에는 신라금이 대중에 공개되기도 했다.

닛케이는 도다이지를 상징하는 대불(大佛)의 총지휘를 맡은 인물이 백제 도래인 계열이라고 전했으며, 대불전 건축에도 도래인이 기술자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초 일본 언론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도다이지에서 열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회담 장소는 나라시 내의 한 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14일에도 호류지(法隆寺)를 함께 방문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호류지 역시 고대 한일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호류지 서원(西院)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탑으로 알려진 오층목탑과 본존을 모신 금당(金堂)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일본 사찰과는 다른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일본 나라 호류지의 '백제관음'.사진=연합뉴스


호류지에는 '백제관음'으로 불리는 유명한 목조 관음보살입상도 소장되어 있으며, 쭉 뻗은 몸체와 균형 잡힌 비례가 특징이다.

닛케이는 또한 다카이치 총리가 작년(2025년) 10월 방문했던 경주와 나라의 관계에도 주목했다.

신문은 "경주는 1천 년 가까이 이어진 신라의 수도"라며 "세계유산이 곳곳에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고, 고분 등 사적도 많아 전통적 거리 분위기는 나라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10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라'라는 말은 원래 한국어로 국가를 의미한다는 것을 나라현 사람들은 알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일본의 지방 도시를 찾는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와 교토에서 회담한 이후 약 14년 만이라고 전하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