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제약 홈페이지 캡쳐
여성들이 머리카락 빠진 것을 숨기려고 머리위로 스카프를 두르는 것은 아니다.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의 종류도 여러가지인데, "감기 조심하세요~"로 유명한 약 선전의 모델의 트레이드마크 또한 그런 류이다.
유대교, 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에서도 남녀 불문하고 머리를 가리는 것에는 종교적 의미가 크다. 이는 신(神)에 대한 순종의 상징이며 정절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말 자체로 상징일 뿐이지 머리를 진짜로 가리는 것은 행위에 불과한 형식일 뿐이다. 결혼식 때 신부가 면사포를 쓰는 것도 이 같은 전통이 이어진 것이며, 이슬람의 히잡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마음의 순결이 중요한 것이지, 결코 외면적인 요식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 모든 신앙인은 알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무시한 채 원리주의적, 극단적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강제로 시행되는 것이 문제이며, 이를 처벌까지 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탄압이라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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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이건 스카프건 쓰고 말고는 자유이다. 그런데, 바로 이 히잡의 착용의무와 착용방법 때문에 지금 옛 페르시아인 이란에서는 2주째 난리가 났다. 여성들이 희잡을 벗어 던진 것뿐만 아니라 불태우기까지 했고 이란 곳곳에서 계속 시위가 진행 중인데, 지난 2주간의 집회 사망자가 130여명에 이르고 있다니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발단은 이란내의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처녀가 종교도덕경찰에 적발되고 연행되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치고 고문을 당해 뇌손상으로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머리카락이 노출되게 히잡을 허술하게 착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원리주의적 이슬람권에서는 여성이 외출할 때에 히잡을 쓰지 않는 것은 마치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불순한 행위와 같다고 말한다. 고로,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히잡을 쓰고 나왔는지, 제대로 착용하였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왜 내가 히잡을 써야하느냐?"는 반항심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히잡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이 또한 패션과 유행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면도 없지 않다. 히잡을 쓴 여성이 쓰지 않은 여성보다 더 아름다워 보일때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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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거리에서 봐도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마스크를 복장과 매칭하여 세련되게 쓰고 다니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은 멋있어 보이기조차 한다. 남들의 시선을 받고 싶어서 쓰는 사람과 남들의 시선이 무서워 쓰는 사람의 두 분류로 나누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자율이 아니라 통제를 받고 있다. 종교도덕경찰관이 아닌 안전요원들이 마스크 미착용자들에게 엄포를 놓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끌어내리기도 한다. 미착용자뿐만 아니라 코나 입의 일부가 노출되도록 느슨하게 마스크를 쓴 사람도 신고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준법정신의 분신이자, 정의의 사도요, 완장을 찬 사람 마냥, 감독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무례하게 남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기도 한다.
현재 OECD 국가 중 대한민국만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한국의 마스크 착용정신은 종교적 신앙 수준이다."안 쓰면 지옥, 쓰면 천국"이라던가? 하지만, 이제 슬슬 찬바람이 불면서 기관지 천식이 있는 사람, 갑작스러운 찬 공기에 호흡기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한 고령자들 및 호흡기 건조증이 있거나 독감 등 심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남들이 자신때문에 감염될 경우를 대비하여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은 옳은 일이다.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독감 바이러스 그 자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입이나 코에서 다른 이물질들과 함께 튀어나오는 바이러스 오염물질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는 타인을 위한 배려일 뿐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마스크는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맡겨야 할 일이다. 안 쓰는 사람을 구박하는 것이나, 쓰는 사람을 멸시하는 것 모두 잘못된 시민의식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잇는 강제 마스크 착용의 행태가 원리주의적 보수 종교국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 히잡 쓰기와 닮은 꼴로 보이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스크가 K-방역이라는 시대착오적 종교의 상징물로 남을까 걱정이다.
최성환 논설위원/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