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혜초(慧超)의 서역(인도) 기행기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대는 서역이 멀다 한탄하고 나는 동쪽 길이 멀다고 탄식한다. 길은 거칠고 폭설이 쌓이는데 험한 산골엔 도적 떼 날뛰는구나. 새는 날다가 가파른 절벽에 놀라고 나는 굽은 나무 의지해 힘들게 넘나니, 평생 눈물 한번 흘리지 않았건만 오늘은 하염없이 떨어진다.”
신라의 혜초가 다섯 천축국을 답사하고 그 나라의 종교, 정치, 문화 등을 기록한 ˹왕오천축국전˼에 쓰여진 시(詩)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힘듦을 토로하며 눈물 속에 지은 것으로 프랑스가 소장 중이다.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는 1447년 안평대군이 어느 날 밤 꿈 속에서 봤다는 신비로운 도원경을, 당대 최고 화원 안견에게 그리게 한 걸작으로 전해진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나의 화폭에 현실 세계와 도원 세계가 공존하며 현실은 정면에서, 도원은 부감법(위에서 내려다봄)으로 그려 현실 경(境)과 이상 경(境)이 공존하는 지상낙원.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내용을 화가 안견이 3일 만에 무릉도원으로 그린 것이다. 거기다 안평대군의 제서와 발문은 물론 신숙주, 박연, 김종서 등 20여 명의 당대 문사들의 찬문이 곁들여져, 글과 그림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서화합벽(書畫合壁)인 ˹몽유도원도˼ 는 일본에 있다.
조선 불화 ‘석가탄생도’ 세부.
일본 혼가쿠지에 있는 조선 불화 ‘석가탄생도’ 세부. 오른쪽 아래에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석가가 오른손을 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한국미술연구소 제공)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다. 그리고 흥선대원군이 중건할 때까지 300년 동안 방치되었다. 그런데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에 그려진 경복궁은 불타기 전에 그린 것이라 역사 문화가들은 환호한다. 더욱이 독실한 불교 후원자였던 어머니 소혜왕후를 기쁘게 하려고, 성종이 아들 연산군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그렸다는 석가탄생도와 출가도는 기념비적 궁중 발원도이자,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제작된 불화들의 모본(模本)이 되었다.
˹석가탄생도˼는 일본 후쿠오카에, ˹석가출가도˼는 독일 쾰른에 있다.
도굴왕 오구라 다케노스케를 수배한다는 비판 포스터. (사진=반크 제공)
일제 강점기 한국 문화재 3대 약탈자들은 이토 히로부미, 가루베 지온, 오구라 다케노스케이다.
가루베 지온은 도굴꾼이자 일본인 교사로서 공주와 부여에서 백제시대 1천여 기의 고분에서 출토한 유물을 일본으로 밀반출했으며, 그가 약탈한 유물과 문화재로 구성된 백제‘가루베컬렉션’은 독보적이다.
경부철도 대구출장소 경리로 온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조선인들을 이용한 고리대금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는다. 그리고 약탈과 도굴을 일삼으며 엄청난 양의 문화재를 모았다. 창녕과 합천에서 약탈한 금동유물과 금관총, 전남 광양에서 약탈한 통일신라시대 금동 팔각사리탑 등 5천여 점의 문화재 중 1천여 점은 일본으로 반출하고 다행히 4천여 점은 한국이 압수했는데, 오구라는 뻔뻔하게도 1964년 인터뷰에서 자신 것이니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현재 오구라 컬렉션(수집품)에는 백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통일신라 ˹금동 비로자나불 입상˼ ˹조선 대원수 투구˼ ˹가야금관˼ 등 한민족 역사에 획을 긋는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일본 측은 개인 수집품이란 이유로 반환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찾은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들을 만나는 자리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이 환아의 집을 이날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980년대, 아프리카의 대기근으로 피골이 상접한 여성과 아이들의 퀭한 몰골이 전 세계의 언론방송을 타자 무려 1조 9천억 원의 후원금이 걷혔다.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기부 효용성을 최대한 얻고자 한‘빈곤 포르노’의 전형이었다.
최고위에서 발언하는 장경태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2일 캄보디아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을 안아주고, 어머니의 눈시울을 닦아주는 모습을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빈곤 포르노’로 저격해 버렸다. 그렇다면 이희호 여사도 오드리 헵번도 김혜자도 앤젤리나 졸리도 저격한 것이다. 이는 인류애에 대한 기획된 확인 사살이자 온정과 나눔의 심리를 도굴한 정치적 약탈이다.
김건희 여사는 2009년 미술품 전시 기획사인‘코바나 컨텐츠’를 설립했다. 2012년 불멸의 화가‘반 고흐’ 전을 시작으로 2013년엔‘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2014년 세종문화회관에서‘점핑 위의 러브’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때는 문재인도 관람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고, 2016년엔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한‘마크 로스크’전이 그해 전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남편의 내조를 위해 코바나 컨텐츠를 폐업하며 경력단절 여성이 되고 말았다.
문화재 유출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일제 강점기 밀반출, 친일 조선인 선물, 인사동 골동품상 유출 등으로, 현재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는 16만9천여 점으로 추정된다.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으로서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반환받는 데 앞장선다면,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을 살리는 것이며 문화재 반환 외교 전문가로 자유대한민국의 찬란한 문화를 되찾는 K 문화재 슈퍼 유니콘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까마귀들과 놀지 말고 더 큰 일을 해보라! 천년을 빼앗긴 약탈문화재가 머나먼 타국에서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