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할 수 없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교육연구센터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 두 번째는 마약..."
- 대구지방법원 형사부 부장판사(지난해부터 마약 사건 선고가 대폭 늘었다면서)대검찰청의 마약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0,575명이다. 지난해 16,153명이었음을 참작하면 올해 전체 적발 인원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KBS뉴스 캡처)


지난 7월 30일, 강남에 있는 한 주점에서 남녀 2명이 사망했다. 마약을 술에 타 먹다가 죽은 것이다. 차에선 2천100명이 동시에 투여할 수 있는 필로폰이 발견됐다.

2019년 발생한 ‘버닝썬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물뽕이었다. 무색, 무취의 신종마약으로 여성들 모르게 술잔에 타면 기억을 잃고 남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성폭력 강간을 당해도 입증이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마약 검출도 안 된다. 물뽕은 버닝썬을 중심으로 강남 일대는 물론 전국 유흥가에 급속도로 퍼졌고 가장 환영받는 마약은 북한산이었다. 관세청은 2021년 밀반입하려던 물뽕(GHB)을 2만8천800g 적발했다. 2020년에 비해 61배 급증한 수치이다. 첫 만남에서 여성과 잠자리하려는 성범죄자들에겐 필수품이 되버렸다. 업계에선 대마초를 게이트웨이 드러그(Gateway Drug)라고 부른다. ‘입문용 마약’이란 뜻이다. 그리고 필로폰, 코카인, LSD, 물뽕(GHB), 엑스터시, 야바, 케타민 등등.

일본 제약회사가 우연히 감기약을 만들다 탄생한 필로폰(히로뽕)은 뛰어난 각성효과에 착안해 피로회복제로 둔갑했는데 2차세계대전 히틀러가 나치의 충성도를 위해 이용하였고, 가격이 저렴해 노동자들에게는 피로회복제로 남용되었다. 마약은 뉴런 내부의 도파민을 시냅스로 몰아넣고 재흡수할 트랜스포터를 막아버린다. 그렇게 시냅스에 뿌려진 도파민의 수는 코카인의 3배, 통상 1천200%, 무려 12배 분량이다. 이 12배에 달하는 도파민은 마약의 반감기인 8시간 동안 인간의 뇌를 환각 상태로 몰아간다. 일반인이 느끼는 섹스의 쾌감을 10배 이상 느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부작용은 치명적이다. 강력한 이갈이로 치아가 망가지는 매스 마우스(meth mouth), 벌레가 기는 듯한 가려움으로 온몸을 긁다가 상처가 덧나는 매스버그(meth bug), 신체의 통제력이 박살 나 온몸을 비트는 트위커(tweakr) 등 신체 능력은 물론 언어능력까지 상실하고 만다.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시킨 극적인 쾌감은 피해망상, 환청 등 정신 분열로 이어지고 각자가 누리는 ‘소확행’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마약 재료는 양귀비, 코카인, 대마초다. 마약의 꽃이라 불리는 헤로인은 양귀비로 만드는데 1차 가공하면 아편이고 2번 하면 모르핀이며 3번 하면 헤로인이다. 전 세계 마약 시장 규모는 2014년 5천억 달러로 금은 kg당 7천400만 원이지만 마약은 13억 원 정도이며 소매가로 60억 원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질이 좋은 필로폰은 북한산으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생산된 것보다 몇 배가 비싸다.

마약범들은 캡슐이나 비닐, 콘돔으로 마약을 싼 뒤 위나 직장, 항문이나 여성의 자궁에 넣어 운반하는 것은 물론, 개 배를 갈라 숨기거나 갓난아기를 살해하고 뱃속에 숨겨 운반하는 잔인한 방법도 동원되었다.

지난 10월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전국 19개 지방경찰청 중 서울경찰청이 전국 최다인 1만2960명(전체의 22.5%)에 달하는 마약사범을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31곳 관내 경찰서 별 검거현황을 살펴보면, 주요 상업지구 지역의 마약사범 검거 수가 거주지구보다 높은 곳으로 밝혀졌는데, 실제로 강남서가 가장 많은 738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였고 서초서(374건)와 영등포서(368건)가 뒤를 이었으며, 주거지역인 방배서(59건), 은평서(74건), 성북서(76건)는 상대적으로 낮은 검거 건수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 마약사범은 2021년 1만6천 명이 넘었다. 그중 56.8%가 20~30대며, 미성년자는 450명으로 전년 대비 43.8%가 증가했으며 2022년 상반기에만 500명이 넘었다. 2018년엔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74명이었다.

유엔은 5천만 명당 마약사범이 1만 명 이하면 마약 청정국가라고 부른다. 한국은 2016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했으며 전문가들은 마약중독 경험자들을 100만 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52개 하수처리장에서 마약 16개 종을 분석한 결과 필로폰이 52개 전 지역에서 검출됐다.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2022년 7월까지 적발된 마약은 238kg이다. 적발된 거래량과 실제 거래된 마약량 간의 비율을‘암수율’이라고 하는데, 탈북 10년 만에 거물급 마약상이 된 한 마약범이 유통한 양은 최소 94kg, 최대 268kg에 이르며 최소 188만 명에서 최대 537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올해 처음으로 중학생 마약사범이 검거됐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7월까지 527명으로 작년 400명대를 훌쩍 넘겼다.

집중력 강화란 이유로 펜타닐이 단체로 투약되고, 날씬해진다며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나비약. 여성흥분제 러시 등, 19세가 팔고 17세들이 집단으로 투약해 호기심 많은 청소년 1만 명이 마약중독에 내몰린 대한민국.

이제 마약은 특정 지역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정은 물론 어린 학생들에까지 파고든 것이다. 거기다 텔레그램, 트위터, 채팅앱 등을 통해 흔적 없이 거래한다. 넷플릭스 시리즈‘종이의집’가면 형태의 마약, 츄파춥스 로고 형태의 마약, 고양이 발바닥 형태의 마약, 루이비똥 로고 형태의 마약 등, 사탕 모양으로 가공된 마약을 음료에 몰래 타는 일명‘퐁당마약’에 한번 걸리면 인생 끝난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검거될지 섬뜩하다. 정부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한 달 전, 안타깝게도 이태원 사고가 발생했지만, 핼러윈데이 이태원의 문제 1순위는 마약이었다. 영화티켓 한 장값이며 구할 수 있고 2030 MZ세대는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진 마약. 불과 며칠 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도리도리로 불리는 엑스터시 제조법이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국은 마약 위험 국가가 아니라 마약동호회가 판치는‘마약 취미 국가’가 되버린 유일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