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고야가 1812년~1814년 사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채찍질 고행단의 행렬'
14세기 유럽에서 페스트가 유행할 당시 인간의 무지와 광신, 교회와 타락을 비판하기 위해 그린 연작 중 하나다. (사진=인터넷 캡처)
역병이 발생하면 신을 믿든 믿지 않던, 착하게 살든 악하게 살던 가리지 않고 죽었기 때문에 신을 믿지 않은 사람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이와 반대로 더 신에게 강하게 집착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흑사병을 인간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로 생각하여 오로지 속죄하는 것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채찍질하며 소리 높여 회개를 하고, 피를 흘리며 거리를 행진하였다. 중세 로마 가톨릭 광신도 사제들로 이름하여 채찍질 고행단이다. 과격한 자해를 통한 육체의 고통, 자신을 벌하는 것만이 하나님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았으며 아무 데서나 자는 비위생적인 생활, 채찍질 상처로 인한 염증 때문에 쉽게 흑사병의 숙주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전염병을 더욱 널리 퍼트리게 되었다.
일찌감치 교회에 의해 금지되었지만, 이 풍습은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지금도 일부 유럽 도시에서는 사순절에 흰색 가면을 쓰고 고행단의 행위를 흉내 내는 행진을 한다.
‘오푸스 데이’라는 가톨릭의 한 교단은 육체적 고행을 하는 교리가 있는데 주 1회 채찍질하기, 매일 두 시간 마미단을 다리에 착용하기, 얼음 같은 차가운 물로 샤워하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 이 교단은 스페인 내전 때 곳곳에서 성상파괴운동이 벌어져 성당이 파괴되고 사제들이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호세 마리아 신부가 반가톨릭 세력에 저항하는 비밀단체를 조직한 것이 기원이다(1928년). 이 단체는 1941년에 로마 교황청에서 성직 자치단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채찍질하는 신도들′…이슬람 시아파 최대 기념일 ′아슈라′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슬람 시아파의 아슈라 축제에서도 자해의 행진이 벌어진다. 이 축제가 벌어지면 거리에서 여성들은 성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통곡을 하고, 남성들은 칼과 채찍으로 몸을 자해하고 피를 흘리는 눈물과 피의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이 축제는 초기 이슬람의 순수성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을 펼치다 비참한 죽임을 당한 후세인 이븐 알리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로, 채찍이나 칼로 몸을 자해하여 고통을 당하는 것은 그의 최후를 슬퍼하며 그가 겪었을 고통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인데, 이는 최후의 심판일 그가 재림할 때 구원받을 수 있는 선행이라는 것이다.
발언하는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020년 9월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1세기 초과학 시대라는 지금도 자학과 집단 히스테리가 여전하다. 개인에게 광기는 드문 일이나 민족, 집단, 시대에는 흔한 일이다. 99.9%의 마스크 착용, 2인 이상 모임금지, 백신패스 등 역사에 기록된 어느 판데믹에도 없었던 일들이 한국에서는 일상이 되었었다. 비이성과 무지가 수백·수천 년 전 과거인들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전히 마스크로 얼굴을 잃은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 마스크 썼는지 감시하는 기차 승무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승차를 거부하는 버스 기사, 4년째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요하는 학원 및 학교 선생, 숨을 헐떡이면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꼬부랑 할머니, 마스크가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경험과 실제’는 믿지 못하고 방역 당국의 ‘선전과 암시’는 믿는 사람, 획일화 속으로 자신을 감추는 사람들, 자녀의 자발성과 개성을 억누르고 집단의 부속으로 만드는 부모에게서 중세 암흑기 흑사병때 자기 몸에 채찍질하던 광신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오순영 칼럼리스트 /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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