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9주기에 출장 중인 이민근 안산시장의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국제 투자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는 시장의 발목을 잡는 현실 역행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연대가 4.16 기억식에 안산시장을 초청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그러자 심기가 상한 세월호연대는 “시장은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하라”고 외쳤다.
전방위로 방송, 현수막, 시청 정문 앞 피켓시위를 통해서 참석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하면, 2023년 4월 16일 3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9주년 세월호 추모식은 안산시장과 안산시민이 일손을 놓고 무조건 참석해야 할 국가 지정 추모식 레벨의 기념일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에 찾아봐도 선례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가족이 집이나 조용한 곳에서 경건하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좋을듯싶은 날이다.
그 이유로
첫 번째, 조상을 존경하고 예를 숭상한 한민족사에서도 9년 상을 치르는 걸 들어본 적 없다. 부모에 효심이 지극했던 조선시대 양반들조차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상 탈상하면 효자 소리를 들었다.
두 번째, 대한민국 현대사에도 32명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2명 사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서해훼리호 사고’ 등 수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지만 9주기 추모식은 들어볼 수 없었다.
세 번째, 수년간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서 마음 아파하고, 생업 포기하고 자원봉사하고, 후원했으니 안산시민으로서 적어도 할 만큼은 한 것 같다. 그러니 세월호 유가족도 양심이 있다면 그간 고생한 시민에게 그 아픈 기억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평생 기억과 추모 강요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잘 모셔져 있는 세월호 희생자를 파내서 ‘유원지’에다 ‘납골당’을 만들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납골당은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이나 절 같은 곳에 가야 하는 것이 진리인데, 진심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 세금 수 백억원의 세월호가 6·25전쟁 상이용사들의 삶의 터전인 화랑공원에 성지를 만들려고 하는지 그 저의를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월호연대는 더 이상 안산시장을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납골당'과 '추모 강요’도 멈춰야 한다. 지금이라도 안산시민의 품에 화랑유원지를 돌려주는 것만이 그동안 보내준 시민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일일 것이다.
화랑시민행동 공동대표 국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