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위해 1천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의 대미 투자 계획을 마련, 조만간 제안할 예정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의 투자 약속을 취합한 이 계획은 일본의 대규모 투자로 관세를 낮춘 모델을 참고하며, 글로벌 통상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통상업계는 24일, 한국 통상 대표단이 당초 25일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이 투자 계획을 제안하려 했으나,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 일정으로 협의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일본은 5천500억달러(약 757조원) 투자 펀드를 약속해 25%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12.5%까지 추가 인하하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한국은 일본의 경제 규모가 2배 이상 큰 점을 고려해 1천억달러를 초기 제안으로 설정했으나, 정부 조달자금을 포함하면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과 협력해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15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찬을 가지며 대미 투자와 통상 전략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3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조지아주 차량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 철강 공장 건설을 포함한 2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370억달러(약 54조원)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억원)로 반도체 설비를 각각 미국에 구축 중이다.

대한항공은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에 327억달러(약 48조원)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항공 산업 협력을 강화했다.

정부는 일본처럼 투자 펀드 조성도 검토 중이다.

일본은 JBIC(일본국제협력은행, 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와 일본무역보험을 활용해 5천500억달러 규모의 출자·융자·보증을 약속했다.

한국도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Korea Investment Corporation)를 동원해 기업 투자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순수 투자계획을 취합해 금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펀드 조성 방안을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도 24일 “한국 정부가 미국에 투자 펀드 설립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압박 속 한국의 대응에 주목했다.

통상 관계자는 “일본의 투자 성공이 관세 인하에 기여한 만큼 한국도 경제 규모에 맞는 투자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며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