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가운데)이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에게 경주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진실규명 결정서를 전달한 후, 유족회 등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박선영 위원장이 24일 경상북도 경주를 방문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위원회는 경주지역에서 군경과 좌익에 의해 희생된 232명의 신원을 확인하며 과거사 진실규명을 이어갔다.
박선영 위원장은 경주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헌화와 묵념을 마친 뒤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에게 진실규명결정서를 전달했다. 이어 안강 육통교회, 안강·기계지구 학도의용군 전적비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기렸다.
위령탑은 지난 2016년 11월 약 750명의 희생자 이름을 새겨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으며, 매년 10월~11월 추모제가 열린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사진 위 오른쪽 두 번째))이 24일 오후 경주시립도서관에서 경주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유족 간담회에서는 김하종 회장 등이 희생 사건의 트라우마와 애로사항을 토로하며 사회적 책임과 지원을 호소했다.
경주에서는 1946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내남면, 안강읍 등에서 좌익활동 혐의, 빨치산 협조, 입산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군경과 우익청년단에 의해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1950년 8월~9월 국민보도연맹원 등은 경주경찰서와 육군정보국 CIC(군사정보국, Counter Intelligence Corps) 경주지구파견대에 의해 예비검속돼 내남면 틈수골, 천북면 신당리, 건천읍 우중골에서 총살되거나 실종됐다.
반면, 1948년 5월 외동면 주민은 우익인사로, 1951년 8월 내남면 부녀자와 아들들은 좌익에 협조하지 않아 좌익에 의해 희생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122명, 군경에 의한 희생 107명, 좌익에 의한 희생 3명 등 232명의 진실규명을 확인했으며, 1기 위원회에서 96명을 추가로 규명했다.
박선영 위원장은 안강 육통교회에서 1948년 5월 좌익에 의해 살해된 심능양 장로와 1949년 5월 그의 조카 심○○의 순교기념비를 방문했다.
좌익은 심 장로를 교회로 끌고 가 교인 명부를 요구했으나 거부하자 살해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가운데)이 24일 오후 경북 안강기계지구 학도의용군 전적비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안강·기계지구 학도의용군 전적비는 1950년 8월 9일 인민군 제12사단과 40일간 대치 끝에 국군이 승리한 전투에서 희생된 학도병들을 기리기 위해 2020년 11월 건립됐다.
박 위원장은 “경주는 민간인 희생의 상흔이 깊은 지역”이라며 “사회가 고통을 기억하고 책임질 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5일 경북 경산코발트광산과 박사리 희생자 위령탑을 방문해 유해 발굴 현장을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