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월6일(현지시간) 중국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해 안중근 의사 동상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필자의 나이 이제 76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이 전쟁의 연속이었고, 아직도 전쟁 중임을 부인할 수 없다. 산전도 겪고 수전도 겪고, 지금도 산전 수전 공중전을 한꺼번에 겪는 중이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으나, 아직도 정신은 잃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톨 위고가 말했다.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다.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날의 문제는 죽는 것이다” 머잖은 장래에 죽음을 맞이할 이 나이에 가장 큰 전쟁은 죽음과의 전쟁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무지막지한 난적 죽음과 싸워 과연 필자가 이기느냐, 아니면 죽어 없어지고 마느냐 하는 일생 일대의 단판 승부, 두 번의 기회도 없는 단 한 번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 "산전"...육체와의 치열한 싸움
지금까지의 전쟁은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때로는 지기도 하는 산전(山戰) 수전(水戰)이었다.
산전은 육체와의 전쟁을 말한다.
살아온 세월 동안 병마와 싸우고 육욕의 유혹과 싸워가며 나태함과 만용과 과욕과도 맞서며, 많이 패하고 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전열을 가담하기도 하며 견뎌왔다.
참으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지나가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자못 자랑스럽기까지 한 전과가 나이테에 고스란히 찍혀 있다.
◆ "수전"...지략과 지혜의 부족
수전은 산수(算數)와 지략을 요하는 두뇌전이다.
필자는 이 수전에 완패했다. 황소처럼 그저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을 줄만 알았지, 도무지 머리를 써서 세상을 지혜롭게 살지를 못했다. 부귀도 명예도 차지하지 못했고, 지금도 술수라고는 전혀 부리지 못하는 등신이다.
아내 없이 혼자 살라면 어쩌면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졸장부임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은 수전의 성웅(聖雄)인지라 백의종군까지 하면서, 왜군을 맞아 칠천량해전으로 완파되고 겨우 남은 배 12척으로도 왜선 333척과 싸워 이기는 전수(戰數)를 보여주었고, 왜군과 싸워 한 번도 패하지 않는 산수(算數)와 술수(術數)의 대가였다.
이에 비추어 필자는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졸병이다.
◆ "공중전"...영혼의 최후 승부
어쨌든 필자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명예로도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대책 없이 수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전쟁은 공중전이다.
이 전쟁은 영혼의 사활을 결정짓는 전쟁이다. 산전 수전을 다 겪으면서 지금 필자는 마지막 한 전쟁, 공중전에 남은 목숨을 걸었다.
육체는 그런대로 잘 지탱하고 있으니 육전은 무난히 수행될 것이다. 그리고 비록 바보스럽지만 아직 수입과 지출 더하기 빼기는 할 줄 안다. 인간관계도 그리 모나지는 않다. 그러므로 수전의 결말은 아직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완패한 수전이지만 아직도 “남은 배 12척”이 있다.
마지막에 이기고 지는 것은 지금 예단하지 않는다.
◆ 하늘나라를 향한 결의
공중전은 필자의 최대의 승부처이다.
“사람이 세상을 얻는다 해도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성경 말씀이 있듯이, 영혼이 하늘나라를 갈망하고 있는데 하늘나라에 입국하지 못하는 인생은 살아도 헛사는 것임을 알기에 그렇다.
안중근 장군은 천주교 집안에 태어나 오로지 하느님의 뜻대로 생애를 살아왔다. 그가 갈망한 것은 만인의 영혼 구원이었다. 모든 이가 하늘나라로 입국하도록 조선의 민중을 교육하고, 휘하 병졸을 가르치고, 포로로 잡은 일본의 병사와 감옥의 간수와 여순재판정의 판사와 방청기자들과 방청객들에게 심중의 뜻을 피력했다.
그의 유고집 ‘동양평화론’은 결국 ‘영혼구원서’임을 필자는 간파했다.
이제 남은 여생에, 필자도 안중근 장군의 뜻을 추종하여 필자 자신의 영혼 구원과 알고 있는 친지들, 친구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영혼이 지상에서 소멸되지 않고 영광스러운 본향 하늘나라에 입국할 수 있도록 치열한 공중전을 전개할 것이다.
죽더라도 죽지 않는 것은 하늘나라에 입국할 수 있기 때문이며, 살더라도 사는 것이라 할 수 없음은 하늘나라에 입국하지 못하는 헛된 삶이기 때문이다.
여러 동지들이 산전 수전도 열심히 전개하되 공중전에 결코 패하지 않도록 전열을 가다듬어 나날이 심기일전하는 생애를 보낸다.
공중전은 일격에 끝난다.
한 방만 맞아도 그냥 떨어진다.
자! 함께 출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