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가운데)이 25일 오전 경북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경산코발트광산 유해발굴 현장을 찾아 발굴된 유해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전후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며 과거사 치유와 정의로운 화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25일 박선영 위원장은 경상북도 경산을 방문해 10시부터 경산코발트광산 희생자 위령탑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 영령을 기렸다.
이후 유해 발굴 현장, 박사리 희생자 위령탑, 반공혼비를 차례로 방문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경산은 청도·대구·영천의 지리적 중심지로, 한국전쟁 전 운문산, 팔공산, 영천 보현산을 잇는 빨치산 활동의 주요 경로였다.
빨치산 활동으로 주민 피해가 커지자 군경은 토벌대를 조직해 좌익 혐의자를 검거했으나, 이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연행되거나 희생됐다. 특히 1950년 7월~8월, 경산코발트광산 등지에서 국민보도연맹원, 요시찰대상자, 대구형무소 재소자 등 최소 1천800명(유족 추산 3천500여 명)이 집단 희생됐다.
진실화해위는 2기에서 98건 중 85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진실규명했으며, 1기에서는 2009년 11월 17일 경산코발트사건으로 127명을 포함해 대구·경북 23개 시군 1천191건을 진실규명했다.
주요 결정은 2022년 9월 20일 국민보도연맹 사건(12건), 2022년 10월 18일 박사리 사건(34건), 2023년 8월 18일 군경 사건(3건, 5명) 등이다.
경북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결정문 전달
25일 오전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위령비 앞에서 나정태 사단법인 한국전쟁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유족회 회장에게 경북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결정문을 전달했다.사진 왼쪽 첫번째부터 조현일 경산시장,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나정태 유족회장,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진=더프리덤타임즈
경산코발트광산 희생자 위령탑은 2016년 11월 코발트광산 갱도 입구에서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 127명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매년 10월 29일 위령제가 열리며, 2016년 ‘코발트광산역사평화공원’으로 조성됐다.
진실화해위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약 4천여 개의 흙 포대에서 인골 장뼈를 비롯한 유류품 총 4천4백여 점을 수습했다. 이 가운데 1기 조사에서는 유해 420구가 발굴됐다.
경상북도와 경산시는 3억 원을 투입해 2025년 5월부터 유해 발굴을 지속한다.
경산 코발트광산 희생자 유족과 간단회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25일 오전 경북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경산코발트광산 희생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오른쪽 두 번째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 박선영 위원장 다음에 앉아 있는 조현일 경산시장, 박선영 위원장 맞으편에 앉은 이가 나정태 유족회장.사진=더프리덤타임즈
박 위원장은 위령탑에서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 조현일 경산시장에게 진실규명결정서를 전달하고, 나정태 사단법인 한국전쟁전후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희생자유족회 회장 등과 간담회에서 유족들의 증언을 들었다.
유족들은 “국가가 책임을 다해 희생자 명예를 회복해달라”며 유해 발굴과 보상 확대를 요청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왼쪽 여섯 번째)이 25일 오후 경북 경산 박사리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희생자 위령탑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이어 박 위원장은 박사리 희생자 위령탑과 반공혼비를 방문했다.
박사리는 1949년 11월 29일 빨치산 보복으로 주민 47명(사망 32명, 상해 15명)이 피해를 입은 대표적 사건지다.
팔공산에서 나무하던 주민이 양시골 빨치산에게 붙잡혔다가 박사리 주민으로 속이고 탈출해 신고하자, 군경이 78명을 사살하고 7명을 생포했다. 이후 도주한 빨치산이 박사리 주민들에게 보복했다.
반공혼비는 1961년 38위 영령을 기리기 위해 건립, 1985년 마모로 재건립됐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가운데)이 25일 오후 경북 경산 박사리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유가족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박사리 간담회에서 윤성해 유족회 회장은 “후손들이 아픔을 잊지 않도록 교육과 추모 사업을 강화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경산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픈 진실’이 묻힌 땅”이라며 “침묵과 망각이 아닌 기억과 기록으로 정의와 화해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1천191건 진실규명을 마무리하며 피해자 지원과 국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실화해위는 오는 11월 26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남은 4개월간 종합보고서를 정리하며 공동체 치유와 화합을 위한 마무리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