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암살 전 말레이시아 한식당에서 망명을 권유받았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됐다.

25일 아사히신문은 쿠알라룸푸르 한식당 ‘고려원’ 사장 알렉스 황씨가 2016년 12월 김정남에게 망명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2003년 북한에서 추방된 후 마카오를 거점으로 생활하며 2007년부터 고려원을 자주 찾았다.

황씨는 김정남이 소갈비, 냉면, 오징어볶음, 소주를 즐겼으며, 아내와 동행할 때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의 우호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을 회상하며, 방문 소식을 들으면 반드시 인사하러 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3년 김정은의 숙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남은 항상 2명 경호원을 대동했으나, 2016년 말부터 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씨는 이 변화를 신변 위협의 신호로 감지, 2016년 12월 김정남에게 “미국과 한국 대사관에 친구가 있다. 도울 수 있다”며 망명을 권유했다.

김정남은 “괜찮아요. 정치 얘기는 그만둡시다”라며 거절하고 가게를 떠났으며, 황씨가 뒤쫓아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재차 설득했으나 답이 없었다.

두 달 후인 2017년 2월 13일,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 신경작용제 공격으로 암살됐다.

황씨는 암살 직후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슷한 증언을 했으나, 시기와 세부사항에서 차이가 있다.

2017년 교도통신은 황씨가 2015년 김정남에게 “한국에 가면 어떤가”라고 제안했으나 답이 없었고, 이후 김정남이 가게를 찾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아사히신문 보도는 망명 제안 시기를 2016년 12월로 특정, 경호원 변화와 신변 위협을 강조하며 암살 전 김정남의 불안한 상황을 부각했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드러내며 국제적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자유한국당은 이를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규정했으며,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북한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비판했다. 미국은 2017년 11월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암살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 사건은 한미 동맹과 대북 정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계 미국인 사회를 포함한 국민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