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군 캄보디아에 포격

25일(현지시간) 태국 동부 수린주 국경 지대에서 태국군 야포가 캄보디아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이틀째 격화되며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의 중포와 BM-21 다연장로켓포 공격에 맞서 12개 지역에서 교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양국은 서로를 향한 비난과 무력 공세를 이어가며, 국제사회는 긴급 중재에 나섰다.

분쟁은 태국 동부 시사껫주와 우돈라차타니주를 중심으로 전날 6곳에서 25일 12곳으로 확산됐다.

[그래픽] 태국-캄보디아 국경 교전 발생

국경 분쟁 문제로 충돌하는 태국과 캄보디아 군이 국경 지역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다연장로켓포 등 중화기까지 동원해 교전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태국 공중보건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태국 민간인 14명과 군인 1명 등 15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30명, 군인 15명이 부상했다. 특히 시사껫주 칸타랄락 지역 주유소가 캄보디아 로켓포에 피격돼 편의점에 있던 학생 등 6명이 숨졌다.

캄보디아에서는 우다르미언쩨이주 불교 사원이 태국 로켓 공격을 받아 대피 중이던 70세 남성 1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4명이 부상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가 학교와 병원을 포함한 민간 지역을 공격했다고 비난하며 “전쟁 범죄”로 규정,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반면, 캄보디아는 태국이 집속탄을 사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태국 총리 권한대행 품탐 웨차야차이 부총리는 “캄보디아가 여러 전선에서 공격을 개시했다”며 “상황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은 전날 F-16 전투기로 캄보디아 군사 목표를 공습했으며, 추가 전투기 6대를 배치했다.

캄보디아는 태국군이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근처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유엔에 국제법 위반 증거를 제출할 계획이다.

캄보디아군 공격으로 폐허가 된 태국 주유소

지난 24일(현지시간) 캄보디아군의 로켓포에 피격돼 폐허가 된 태국 동부 시사껫주 주유소의 모습. 이 곳에서 학생 등 민간인 6명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분쟁은 1907년 프랑스 식민지 시기 불명확한 국경 지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프라삿 타 무언 톰과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등 고대 크메르 사원을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 주요 원인이다.

2011년 유사한 충돌로 20여 명이 사망한 바 있다.태국은 국경 50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시사껫주, 우돈라차타니주 등 4개 주에서 13만여 명이 대피소로 이동했다.

우돈라차타니주와 시사껫주 5개 지역은 캄보디아 로켓 사거리 내 위험 지대로 지정됐다.

캄보디아에서도 우다르미언쩨이주 삼라옹 마을 등에서 4천여 명이 대피했다.

한 캄보디아 주민은 AFP에 “아침 6시 포격 소리에 급히 사찰로 피신했다”며 “집으로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국제사회는 중재에 나섰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양국 정상과 통화하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 토미 피곳 부대변인은 “민간인 보호와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는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요청으로 25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그러나 태국 외교부 니꼰뎃 발란꾸라 대변인은 “양자 협상이 최선”이라며 제3자 중재를 거부했다.

분쟁은 양국 내부 정치와도 얽혀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훈 센 상원의장이 아들 훈 마네트 총리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에서는 파에통타른 시나왓라 총리가 7월 1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직무정지된 가운데, 품탐 권한대행이 정치적 불안을 관리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