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에 자리 잡은 박태준 선생의 가곡 동무생각 노래비.사진=계명대 동산의료원


날씨가 몹시도 덥다.
밤중에도 찌는 듯이 더워 잠을 못 이루고 몸을 뒤척이다 비몽사몽간에 온갖 상념이 스쳐 지나간다.

STOP THE STEAL 집회 사진.인터넷 캡처


◆ 무더위 속 산불과 계엄의 악몽

하기야 우리나라만 이렇게 더운 것이 아니라 프랑스도 중국도 살인 더위라 한다.
작년 그 무더위 때 아침 미사를 갔는데 신부님 말씀이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가 될 것입니다”고 하길래 뭔 농담을 이리 하실까 했었는데 실제로 올해가 이렇게 더울 줄이야.

꿈속에서 올해 봄 전국적인 산불이, 특히 경북 안동과 의성과 청송 등지의 원인 모를 산불이 온 산을 다 태우고 인가도 태우고 내 마음도 까맣게 태운 것 하며, 거기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잠깐 계엄령 한 번 발령했다고 정청래와 한동훈이 즉시 “내란이다”고 외치고 그 내란 몰이로 대통령이 파면되더니 감옥에 들어가질 않나, 특히 정청래는 감옥에 수감된 그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참람하고 공포스러운 발언을 서슴치 않으니 이런 불의를 좌시하지 못한 일타 강사 전한길이 불현듯 길거리로 뛰쳐나와 외치자 젊은이들이 들고 일어나 서울 서초동 일대를 시가행진하면서 “Stop the Steal” “윤 어게인” 하며 외쳐대는 소리가 꿈속에서 산불 붉은 불길과 함께 내 귀에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실로 악몽이었다.
평화로운 천사의 속삭임 소리에 곤히 잠들지 못하고 꿈자리가 왜 그리 시끄러운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나라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트럼프의 관세 압박과 부정선거 의혹

거기다가 트럼프의 노기 띤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는 고율 관세를 때렸다. 중국이 제일 심했고 우리나라도 트럼프 눈에 미운 털이 박혀 감당 못할 고율 관세를 맞았다.
이번에 국제선거감시단을 이끌고 방한하여 6·3 대선 실황을 전수 파악한 모스 탄 일행이 트럼프에게 보고한 “부정선거”에 대한 직격탄인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적 범죄 행위들에 대한 국제형사법적 책임을 묻고 있음인지 아니면 오산 미군기지 압수수색에 대한 격노인지 혹은 친중반미 내각 구성원들에 대한 비토를 암시하는지 뭔지는 몰라도 트럼프는 이재명 정부를 호의적으로 보지 않음이 분명하다.
이스라엘과 일본에 대한 관세 정책과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1900년 초 제중원 당시 청라언덕 일대 전경.사진=계명대 동산의료원


◆ 헬렌 켈러의 정의의 외침

그런데 내 꿈자리가 이밖에 다른 것들로 해서도 어수선했다.
꿈속에서 헬렌 켈러가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 그것도 청라언덕에 올라 막 소리쳐 외치고 있었다.
알다시피 그녀는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3중 장애자가 아닌가!
그런 그녀가 눈을 똑바로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려 목청껏 “정의!”를 외쳐대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대구와 개성과 평양을 방문해서 연설을 했었다. 물론 통역자가 헬렌 켈러를 대변해서.
그녀는 얼굴도 아주 예쁘고 몸매도 미녀였으며 무엇보다도 마음이 예뻤다. 하버드대학교를 나왔으며 작가, 웅변가, 수필가, 정치운동가, 노동운동가, 평화 운동가, 여성참정권론자, 언어학자, 자서전 작가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그녀가 내 꿈에 여러 가지 한국의 불의에 분노하면서 우리 동네 가까이서 그렇게 살아 있는 모습을 보이다니!
아마도 이는 하늘의 경종인 것 같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헬렌 켈러조차 다시 살아나 시민들의 분노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을 열어 노기 띤 열변을 토할 것이라는 암시가 아닐까 한다.

2023년 가을 영남대학교 도서관 앞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 경산지부가 주관하고 경산시와 사단법인 한국예술인총연합회 경산지회와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가 후원하는 2023년 경산사랑 관광사진 전국 공모전에 출품했던 장려상-붉게물든 메타길.사진=인터넷 캡처


◆ 시원한 가을을 기다리며

암튼 근간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잠 못 이루는 밤에 꿈자리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어서 빨리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한다.
꿈도 평안하고 잠도 푹 잘 이루게 될 계절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