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로우스크 전선에서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사진=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진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황 분석가들이 1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는 주요 의제로 예상되는 영토 문제를 논의하는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Reuters) 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The New York Time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선을 추적해온 '딥스테이트(Deep State)'는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 새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 북쪽으로 최소 10킬로미터(km) 이상 침투했다고 분석했다.

핀란드(Finland) 군사정보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Pasi Paroinen) 또한 에스(X, 구 트위터)를 통해 격전이 벌어지는 도네츠크주(州) 포크로우스크시(市) 북부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사흘간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뚫고 약 17킬로미터(km)를 침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포크로우스크 인근 탄광 마을인 도브로필리아로 전격적으로 진입한 상태다.

러시아군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점령을 위한 공세를 강화해 왔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Ukraine Army)의 약점을 파고들어 포크로우스크와 코스티안티니우카(Kostyantynivka) 주변 전선을 잇는 3개 마을에서 진격을 이어왔다.

'딥스테이트'는 텔레그램(Telegram) 채널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방어선에 틈을 찾아 더 깊이 침투하고 있으며, 추가 진격을 위해 병력을 빠르게 통합하고 있어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

분석가 파로이넨은 "향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투조의 병력 증강 이전에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의 진격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도네츠크의 우크라이나 병사들.사진=연합뉴스


안드리 코발로우(Andriy Kovalev) 우크라이나군(Ukraine Army)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방어선을 계속 뚫고 들어오려 한다면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Oleksandr Syrskyi) 총사령관이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적군 파괴조를 탐지하고 격멸하기 위한 증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도네츠크 지역에 전시된 러시아 드론과 폭탄.사진=연합뉴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여러 차례 표시했던 우크라이나 민간인 대상 드론(drone) 공격이 최근 대폭 줄어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7월 하룻밤 평균 201대의 드론을 사용했던 러시아가 이달 들어서는 그 수를 78대로 크게 줄였다고 분석했다.

키이우(Kyiv)에 위치한 리서치(research) 단체 우크라이나(Ukraine) 프리즘(Prism)의 올렉산드르 크라이에우(Oleksandr Kraiev) 북미 프로그램 국장은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며 "드론 공격이 줄어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