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들.사진=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패싱(Passing)'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영국은 동맹국들에 이러한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The Telegraph)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초청받지 못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전후 안보 보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가입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연합(EU) 고위급 인사들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미국에 압박하고 있다.

헝가리를 제외한 유럽연합(EU) 26개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관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의 성명'을 발표하여 독립, 주권, 영토 보전의 원칙을 비롯한 국제법을 존중하는 평화를 촉구했다.

또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와 카야 칼라스(Kaja Kallas)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유럽 주요 인사들은 유럽연합(EU)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드시 협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영국 측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평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계속되는 논평'은 자제하자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협상에 포함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목소리를 아예 듣지 않겠다고 잘라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및 유럽 안보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 소식통은 "유럽 동료들과 달리 우리는 공개적으로 미국에 요구하지 않는다"며 "유럽인들의 많은 방식이 미국을 짜증나게 할 수 있고, '레드라인(Red line)'을 넘으면 트럼프를 짜증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국의 방식은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가 그간 취해온 외교적 태도와 상통한다.

올해 2월 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는 '외교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앞다퉈 에스(X, 옛 트위터) 등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대중에게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연쇄 전화 통화를 진행했으며, 당시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