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부, 일본 도착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3박 6일 일정의 일본 및 미국 방문을 시작한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미국을 찾기 전 일본을 먼저 방문한 것에 이례적인 행보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다자 회의 참석 외에 양자 외교를 위해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국 대통령이 양자 외교를 위해 동맹국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라며, 한일 정상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 강화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방문 전에 일본을 찾은 배경에 대해 "이념보다도 실익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은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방문국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하며 '실용주의 외교'에 주목했다.
닛케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조기 일본 방문을 조율한 끝에 "취임일로부터 불과 80일 만에 (일본 방문이) 실현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역대 한국 대통령 10명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55일 만에 이은 두 번째로 빠른 일본 방문이며, 역사 문제 등을 감안해 조율에 시간이 걸리던 과거와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또한 "방문이 8월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라며, 1983년 일본 총리가 한국을 첫 공식 방문한 이후 양국 정상의 8월 상호 방문은 한 차례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닛케이는 8월이 광복절이 있어 반일 분위기가 조성되기 쉬운 시기임에도 이 대통령이 국제 정세를 고려해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 외교를 위해 일본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보도된 아사히신문, 닛케이 등 일본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며 일본 측에 협력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실용주의'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위안부, 징용 배상 문제 등에 대해 "진실과 감정의 문제이며,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해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이전 정권이 합의하고 실시한 국가 정책을 간단히 뒤집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현안이 돼 왔던 역사 문제를 둘러싼 과거 합의와 해결책을 답습하겠다는 생각을 보이고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해설했다.
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대응 등을 고려해 일본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사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이 대통령이 '과거 직시'를 요구하면서도 한일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 배경에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평가받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관계 기초를 견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마이니치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일본을 향해 '진심 어린 위로' 등을 언급한 데 대해 "향후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일본 측에 강하게 대응을 요구한다면 역사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마이니치는 이날 오후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광역 지자체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마이니치는 "일본 측도 이 문제를 강하게 요구하여 한일관계를 악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정상회담에서 수산물 협의가 이뤄져도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