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 정상회의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포토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인도 등 핵심 회원국들과의 결속을 다지며 '신흥국의 맹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시 주석의 이러한 행보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다극화된 세계 질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일 것"을 역설하며,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은행을 조속히 설립하여 회원국들의 안보와 경제 협력을 더욱 강력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창설한 SCO는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 벨라루스까지 합류하며 총 10개국으로 확대되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SCO 정상회의에 불참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번에 참석한 점에 주목하며, 인도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빌미로 인도산 제품에 '보복성 50% 관세'를 부과받은 것에 강하게 반발했던 배경이 이번 모디 총리의 참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했다.
안보 및 통상 분야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비판을 받아온 러시아와 인구 대국 인도의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역설적으로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비서구권 국가들의 연대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시진핑 주석이 이번 SCO 정상회의를 통해 가을에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이번 SCO 정상회의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음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SCO 정상회의에서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지속적인 원유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모디 총리가 SCO 정상회의 참석 직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과 오는 3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전승 80주년) 열병식에 불참하는 점을 지적하며, 인도가 중국 및 러시아와 완전히 보조를 맞추려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인도에서 열리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에 불참할 의향이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를 전하며, 미국과 인도 관계가 불안정해질 경우 일본의 안보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SCO 개발은행에 대해 "신흥국들이 미국 달러화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려는 것"이며 "위안화 경제권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기준 SCO 회원국의 세계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2010년 대비 3%포인트 증가했으며, 중국·러시아·인도가 가입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또한 같은 기간 4%포인트 성장했다.
반면 주요 7개국(G7, Group of Seven)은 같은 기간 무역액 비중이 증가하지 않고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SCO가 현재 회원국 간 상호 거래에서 자국 통화 사용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고압적인 자세가 브릭스와 SCO의 탈(脫)달러화 움직임과 무역 협력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