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유괴 시도한 일당 법원 구속심사…질문에 묵묵부답.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초등학생 유인 미수 혐의로 20대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하고 이 중 범행을 주도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의자들은 "장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번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판단하고 사회적 불안감을 고려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초기 수사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음을 경찰이 공식 인정했다.

아동 유괴 미수 사건 관련 브리핑
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이대우 형사과장이 아동 유괴 미수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언론에 공개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Closed Circuit Television) 영상에 따르면, 홍은동의 한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중형 SUV(Sport Utility Vehicle) 차량이 멈춰 섰다.

차량에 탑승한 운전석의 대학생 A씨, 조수석의 자영업자 B씨, 뒷좌석의 대학생 C씨 등 20대 초반 남성 3명은 차창을 내린 채 가방을 멘 초등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들은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다.

지난 8월 28일 오후 3시 30분 무렵,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이들은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와 인근 주차장 주변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하여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며 총 세 차례에 걸쳐 유인 범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초등학생들은 모두 저학년 남학생 4명으로, 용의자들이 말을 걸자 겁에 질려 도망치거나 무시한 채 지나쳐 다행히 범행은 모두 미수에 그쳤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들은 “전날 술을 마신 뒤 만나 짬뽕을 먹고 장난을 쳤다”며 “아이들이 놀라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피해 학생을 보고 “귀엽게 생겼으니 장난 한번 칠까”라며 즉석에서 범행을 계획했으며, 실제 차량에 태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의 진술을 단순한 장난으로 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불안감 등을 중대하게 판단하여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히며, 일회성이 아닌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한 점도 구속영장 신청의 중요한 사유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중 일부는 전과가 있었으나, 성범죄 동종 전과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뒷좌석에 탑승했던 C씨는 “잘못되면 중대 범죄가 될 수 있다”며 친구들을 제지했던 점이 고려돼 구속영장이 신청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A씨의 아버지 소유 차량과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수색하여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3명은 범행 당시 마약류를 투약했거나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일당, 영장실질심사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납치하려 한 20대 남성 일당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초기 대응에 일부 혼선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사건은 피해 초등학교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유괴 시도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지난 2일 언론 보도로 이어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초기에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했으나, 보도 이후 “우리 아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되면서 수사 방향을 전환하고 범행 차량 재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다음날 3일 홍은동과 경기도에서 용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첫 신고 당시 범행 차량이 흰색 스타렉스로 오인되어 수사에 혼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은동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추가 신고가 접수되자 다시 수사가 이뤄졌고, 학생들이 달아나는 모습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서 포착해 범행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신고 당시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용의 차량인 쏘렌토가 4초가량 멈춰있는 장면이 포착되어 초동 수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그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