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용산 대통령실 오찬 회동에서 협치와 대화 복원을 다짐하며 민생·경제 분야 협력을 위한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민주당의 이른바 '내란척결' 의지와 정부·여당 주도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힘 주장 간 확연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내란몰이·야당 탄압' 주장 야당, '내란 세력 척결' 촉구 여당

회동 초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별검사(특검)가 더 많이 보이고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인 민주당만 보였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국제적으로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국격과 관련된 문제"라며, 민주당 주도의 특검 연장 법안이나 내란 재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 척결'이 국민의 뜻이라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우리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을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정치 사법화' 우려 표하며 중재

이재명 대통령은 두 대표의 발언을 차례로 들은 뒤 내란 혐의 수사·재판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여야에 갈등 완화를 주문했다.

3자 회동에 이어 진행된 이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간 비공개 단독 회동에서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한 특검 압수수색 수사,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치소 씨씨티비(CCTV) 열람 등을 "대통령이나 정부가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며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이 대통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여당의 특검 연장 법안,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을 "사법 파괴 시도"이자 "무리한 탄압과 끝없는 내란 몰이"라고 더욱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사진=연합뉴스


◆ 정부조직 개편안 및 경제 정책 놓고도 팽팽한 이견

장동혁 대표는 내란 혐의 수사·재판 외에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각종 쟁점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을 거론하며 "기업이 힘들어지면 코스피 5천도 허망한 구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수요자 욕구와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 대책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두고도 장 대표는 "특정 집단을 위한 개편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개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으며, 비공개 회동에서도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검찰청 해체 시도로 수사 체계에 혼선이 가지 않게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며 "우리 정부에도 레드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외에도 장 대표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상법 및 방송법에 대한 보완 입법 등을 촉구했고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개혁 입법과 관련해 "국정은 개혁과 민생의 두 개 수레바퀴로 조화롭게 굴러간다"며 "검찰·언론·사법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도 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동 내내 여야 대치 정국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여야가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지 걱정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도록 노력하고 국정에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대표도 협치 복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향후 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께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신다면 저희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 역시 "정치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리민복을 위해서는 없는 길도 내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님 주선으로 여야가 만났으니 향후 건설적 대화가 복원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서도 협치를 당부하며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여당이 더 많이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으며 "여야가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은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나"라고 제안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외에도 여야 대표는 한미정상회담,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등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조지아주 사태와 관련,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자국민 보호가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차원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