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여야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8일 회동을 통해 지속적인 소통에 뜻을 모으면서, 여야 대치로 얼어붙었던 정국이 협치 모드로 본격 전환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가칭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공약 등 현안을 논의하고, 야당의 요청이 있으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을 수시로 열기로 합의했다.

◆ 협치 분위기 조성과 합의 도출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회동은 협치 무드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통합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협치 정국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지 13일 만에 처음으로 여야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장면은 그간의 경색된 관계에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민 통합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조금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고 말해 야당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대표도 성과 도출과 이를 위한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정부와 여당, 야당이 머리를 맞댈 소통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정청래 대표는 이 대통령을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라고 칭하며 "향후 건설적인 여야의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과 여야는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정치 복원으로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형식적인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주제)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핵심 쟁점 이견 여전… '내란척결' 공방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는 여야 대치의 근본 원인인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을 둘러싼 '내란척결' 공방이 첨예하게 부각되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별검사(특검)가 더 많이 보이고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인 민주당만 보였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국제적으로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며 특검 연장 법안이나 내란 재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반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을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혐의 수사·재판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하며 여야 갈등 완화를 주문했다.

대통령은 비공개 회동에서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특검 연장,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같은 사법 파괴 시도에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으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손잡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향후 정국 파고 예상

이번 회동에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및 소통 활성화에 합의했지만, 내란 특검 등 현재 진행 중인 각종 특검 수사, 검찰개혁을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 현 정국 갈등의 핵심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은 내란 수사·재판이 야당 탄압이자 '내란 몰이'라는 인식을 드러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향후 정국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 외에도 여야는 한미 정상회담,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등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지아주 사태와 관련하여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자국민 보호가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차원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다시 충돌할 위기에 놓여 있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오는 9일 본회의에 보고되며 이번 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가결될 경우 이번 회동으로 조성된 해빙 무드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