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왼쪽)-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 9일, 이화영,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등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조작 모의했다는 정황이 최소 50회"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김성태 전 회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박해 법정 안팎에서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 검찰 내 진술 조작 의혹 제기…법무부 조사 보고서 주목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뇌물공여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재판부에 문서 제출 명령을 신청하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가 최근 수원구치소 수용 상태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였음을 언급하며, 김성태 전 회장이 1년도 채 안 되는 수감 기간 동안 수원지검 1303호에 180회 출정했고, 쌍방울 임직원들이 외부 음식물을 반입해 김 전 회장 등에게 접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3년 5월 17일에는 주류 반입이 강력히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으며, 1303호 맞은편 '창고방'에서 이들이 다과를 즐기며 자유롭게 진술을 조작·모의했다는 정황이 최소 50회이고, 심지어 선임되지 않은 변호인들까지 모의를 조력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불법 행위에 교도관이 항의하자 당시 박상용 검사 등 수사 검사들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항의했다고 덧붙여 검찰의 관여 의혹까지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의 조사 보고서 발표 후 진술 신빙성 문제를 검토해 다음 재판 진행에 배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검찰이 누락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 사건 관련 국정원 보고서 등 문건"에 대해서도 문서 제출 명령을 신청했다.

◆ 김성태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너무해…조작 일축"

김성태 전 회장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직접 발언하며 김 변호사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1303호만 간 게 아니라 다른 조사도 많이 받았다"고 운을 떼며 "술을 반입했다는 것, 그런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김 전 회장은 "술 반입, 선임 안 된 변호사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씨씨티비(CCTV)를 보면 다 나올 것"이라며, 당시 교도관이 자신을 특별 관리하며 두 명씩 뒤에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을 가지고 재판해야지 방송, 유튜브에 나가 제가 조폭이다 어쩌다. 어느 조폭이 회사를 15년간 운영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 실체적 진실을 잘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재판 후 취재진에게는 '연어 술 파티' 주장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구치소에서 음식이 안 나와 왕갈비탕 등을 시켜줬다"며 다른 메뉴도 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달 5일(현지시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을 압박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조경식 전 케이에이치(KH)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도 "30년 안 사이다. 왜 그러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언급했다.

◆ 이화영 불출석으로 공판 연기…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중단

한편, 이날 재판은 지난 7월 22일 마지막 공판 준비 기일 이후 첫 공판 기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화영 전 부지사가 감기 및 몸살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오는 11월 4일 오전 10시로 연기됐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화영 전 부지사와 함께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약 65억 원)와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약 39억 원)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재판부는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정 운영의 계속성" 등을 이유로 재판 절차를 중단하고 기일을 추정(추후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