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 청산'을 재차 강조하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강도 높은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정 대표는 '사과 없이는 협치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 오찬 회동을 통해 "더 많이 가진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협치 분위기를 조성한 것과는 다른 '대야(對野) 강공' 모드를 이어갔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내란'을 모두 26번 외쳤지만, '협치'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내란 청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정신"이라며 "내란과 외환만큼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에 이어 지난 탄핵 정국 당시 응원봉 시위를 언급하며 내란 청산이 곧 역사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세력과의 단절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으며, 연설 도중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위헌 정당 해산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주재한 오찬 회동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재차 정당 해산을 언급한 것은, 내란에 대한 사과 없이는 국민의힘과의 협치도 없다는 자신의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등 이른바 3대 개혁에 대해서도 "골든타임"을 언급하며 '전광석화 폭풍 개혁'의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는 8·2 전당대회 직후 밝힌 '3개월 내 개혁 완수'라는 입장을 사실상 재천명한 것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기보다는 강경 개혁 노선을 밀어붙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를 최대한 빨리 완수하여 정치 효능감을 높이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는 민생·경제 분야에서도 "보수가 경제를 잘한다는 얘기는 이제 흘러간 유행가 가사"라며 경제 문제도 민주당이 주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전세사기 처벌 강화를 위한 전세사기피해자보호법 강화, 임대료 편법 인상을 막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은행의 과도한 가산금리 산정을 방지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 방안 등을 정책 과제로 언급했다.
정청래, 국회 교섭단체 연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북 관계에서는 경제·민생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남북이 다시 손잡는 핵심이 경제협력"이라며 "남북이 힘을 합치면 당장 경제 규모도 커지고, 동북아시아까지 협력의 영역을 넓히면 새로운 경제 공동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통일에 민생 통일을 추가하고, 민간이 남북 화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3대 강국 목표와 '에이비시디이에프(ABCDEF)' 성장 정책을 빈틈없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대통령의 정책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를 언급하며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는 기본사회가 곧 헌법 정신이자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청래 대표 연설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다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 대표의 강경 연설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고, 일부는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반미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약 50분간 이어진 연설에 40여 차례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