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 관련 기자회견하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현재 논의 중인 방송통신위원회 개편안에 대해 "이진숙 축출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법의 판단을 받겠다"고 9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표명, 정부 조직개편을 통한 위원장 해임 시도를 정면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의 계획을 묻는 말에 "법을 바꿔서 사람을 잘라내려는 것은 불법적"이라며 "법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헌법소원이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진 사퇴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퇴 압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진 사퇴한다면 부정에 대한 협력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시도에 맞서는 것이 정의를 위한, 법치를 위한 조그마한 기여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임기를 채운다는 생각만 했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 신설을 골자로 하는 개편 법안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는 현재 방통위에서 유료방송 관리 권한이 추가되는 정도일 뿐, 틀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법안의 목적이 "이진숙 면직, 사실상 축출"에 있다고 규정하며 "사람 하나 찍어내기 위해 정부 조직 개편 수단이 동원된다면 민주적 정부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한민국이 좀 우스꽝스럽게 됐다"고 덧붙였다.

과천 방통위 청사에서 기자회견하는 이진숙 위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한 이 위원장은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대통령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임을 강조하며 "방송이 윤석열 정부의 소유가 아닌 만큼 이재명 정부의 소유가 돼서도 안 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후임 위원장에 정부와 의견을 같이하는 인사가 올 경우 방송·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확정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현 방통위는 폐지되고 인터넷티브이(IPTV), 케이블티브이(Cable TV) 인허가 등 유료 방송 정책 기능을 더한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신설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기존 방통위 소속 공무원은 신설 위원회 소속으로 보게 되지만, 방통위원장과 같은 정무직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법안이 공포·시행되면 이 위원장은 임기 종료로 사실상 해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