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여야 대표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를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에 협치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강력히 압박하고 나섰다.

제1야당에 대한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협상에 임하라는 요청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및 3대 특검 영구화 시도 중단, 노란봉투법 등 악법에 대한 보완입법 추진,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등 최소한 세 가지 요구를 민주당이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여당이 제1야당 대표의 요구에 대해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이 말하는 대화와 협치는 허울 좋은 말 잔치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야당 입장이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민주당이 오는 25일경 본회의에서 검찰 해체 시도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완전한 레임덕이자 정청래 '여의도 대통령'의 입법 독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종식'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언급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양당 대표가 만나 민생과 협치를 얘기했는데, 야당을 정말 대화 파트너로 여긴다면 야당에 대한 내란 프레임 같은 것은 여당 대표로서 더는 입에 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내대책회의 발언하는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번 민생경제협의체 제안을 통해 민주당의 '내란 정당' 프레임과 '제1야당 패싱' 논란에서 벗어나, 무기력한 소수 야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책 정당으로 변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협의체 가동에 공감하며 강조한 '실질적 성과'에 이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당장의 입법 현안을 두고 갈등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오는 11일 본회의에 상정될 '더 센 특검법'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며, 이달 말 본회의에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인 점도 여야 충돌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내 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의 기존 언행과 만행을 보면 태도 변화를 쉽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계속 내란 정당 프레임을 가져가면 협치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협의체에서 여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의 보완입법 문제도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대선 여야의 공통 공약 과제를 중심으로 청년 고용 대책,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배임죄 폐지 등이 협의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 위원회 의장 등이 협의체에 참여하며, 사안에 따라 대통령실 정무수석이나 정책실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협의체 운영 방식은 정례 회의보다는 국민의힘 측 요청이 있을 때 여당이 수용하는 형태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