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던 해양경찰관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준 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한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깊은 애도와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해양경찰에 따르면,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장을 발견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 경장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경장은 이날 오전 3시 30분께 영흥도 갯벌에서 중국 국적의 70대 A씨가 밀물에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는 당시 어패류를 잡다가 발 부위를 다쳐 거동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이 경장이 A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부력조끼를 벗어준 뒤 함께 헤엄쳐 나오다가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오전 4시 20분께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으며, 저체온증과 발 부위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촬영된 현장 영상에는 이 경장이 손전등과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든 채 자기 부력조끼를 벗어 A씨에게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거친 물살에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도 계속해 무전을 시도하고, 상공에 비행 중인 드론을 향해 양손으로 원을 만들어 보이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 작업에 전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이재석 경장은 해병대 만기 제대 후 오랜 수험 끝에 2021년 7월 해양경찰 순경 공채로 임용됐다.
그는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t급 경비함정과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하며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 및 업무 유공으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인 경찰관이었다.
한 달 전 경장으로 승진한 이 경장은 지난 4일이 생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리 수요가 급증하는 주꾸미 철을 맞아 연가를 쓰지 않은 채 근무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 경장이 갑자기 불어난 바닷물에 휩쓸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순직 경위를 밝히기 위해 구조 과정 전반을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고인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