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이번 사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방공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드미트리 코르네프는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발생한 드론 침범 사건이 유럽 전체 방공체계의 일부인 폴란드 방공체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였다고 밝혔다.
코르네프는 이 시험이 "폴란드의 실패로 끝났다"면서 "이러한 장치들로 나토(NATO) 영토의 깊숙한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코르네프는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이 러시아의 '게르베라(Gerbera)'로 파악됐다고 언급했다.
'게르베라(Gerbera)'는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drone) '게란(Geran)'의 특성을 모방한 미끼용 드론으로, 전투 부품을 탑재하지 않으며 주로 적의 방공망을 개방하고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고 코르네프는 설명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이미 러시아가 고의로 폴란드 영공에 드론을 날렸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드론의 비행경로와 방공망·전자전 수단 사용 결과를 상세히 분석한 후에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할 계획은 없었다고 강조했으며, 폴란드 영공 침범에 사용된 것으로 거론된 러시아 드론의 최대 비행거리는 700킬로미터(㎞)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나 다른 서방 국가의 도발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 이반 로시카레프 교수는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는 두 명의 수혜자가 있다"며 지지율이 떨어진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폴란드 정부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가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 빅토르 리톱킨 역시 이즈베스티야를 통해 우크라이나나 발트 3국 중 한 곳이 저지른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나토(NATO) 지도부는 매일 러시아가 도발한다고 비난한다"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근거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늘 11일 브리핑에서도 "폴란드에서 들리는 발언의 수사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이 수사는 최근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특징이 됐다. 우리는 이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가 이미 입장을 밝혔고 필요하다면 폴란드 국방부와 협의할 수 있다고 제안한 만큼 이 사안에 대해 자신이 추가로 논평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