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타인을 향해 던진 물건이 빗나가 신체에 직접 닿지 않았더라도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폭행죄 성립에 반드시 신체 접촉이 필요하지 않으며, 사람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유형력 행사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는 1·2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폭행죄 법리 적용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3년 7월 대전 대덕구의 한 노래방에서 B씨에게 멜라민 소재 플라스틱 그릇을 던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던진 그릇은 테이블에 맞고 튀어 올라 B씨의 오른쪽 뒤로 날아가 실제 B씨를 맞히지는 않았다.

1심과 2심은 모두 B씨가 그릇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씨의 행동을 순간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실제 폭행 의사가 있었다면 맞은편에 앉아 있던 B씨를 손쉽게 맞힐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그릇 투척 행위가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근접해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를 한 경우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하고, 그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피해자에게 공포나 불안감 등 정신적 고통을 야기할 수 있는 일련의 행동 역시 폭행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유사 사건의 판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