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하는 나토 유럽 최고사령관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나토 유럽동맹 최고사령관(SACEUR)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러시아산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 사태에 경각심을 느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가 동부 전선의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임무를 전격 개시했다.

이는 자유 세계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행위에 대한 나토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과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나토 유럽동맹 최고사령관(SACEUR, Supreme Allied Commander Europe)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동부 전선 감시 경계)로 명명된 새 임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오늘 밤부터 작전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새롭게 투입될 자산이 집결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즉각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극권에서 지중해 일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나토 동부 전선 일대 전체가 대상"이라고 설명하며 광범위한 방어 의지를 피력했다.

나토에 따르면, 이번 임무에는 다양한 지상 및 공중 전력이 투입될 예정이며, 독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주요 회원국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추가 참여국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나토의 발표는 폴란드가 나토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자국 영공을 침범한 여러 대의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나토 회원국 영공을 침범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나토 회원국이 직접 적대 드론에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지난 1949년 나토 출범 이래 나토 전투기가 회원국 영공에서 적의 목표물을 공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나토의 대응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토는 폴란드 주축의 이번 격추 작전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토 입장에서도 향후 잠재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동부 전선 일대의 억지력과 경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나토의 대응이 늑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나토의 동부 전선 동맹국들은 수년 전부터 러시아 위협에 대비한 방공망 강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부상한 드론 대비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대응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폴란드 영공 침범 당시 우리는 대비 태세가 잘 갖춰져 있었으며, (투입된) 전투기가 폴란드에 침범한 위협의 다수를 제거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전술적 타임라인 내에서 확실하게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나토는 늘 터득하는(learning) 조직이며, 우리는 교훈을 신속히 (군사 작전에) 적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여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한 유연한 대처 의지를 보였다.

폴란드의 드론 격추 작전에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에프-35(F-35)까지 동원되어 값싼 드론에 대응하는 데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더 저렴한 가격의 무기를 확보하고 시간이 지나도 지속 가능한 작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공중이건 지상이건 간에 현장에서 동맹을 방어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이 쓰는 무기 가격을 고민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 그들은 우리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용 효율성보다 동맹 방어의 절대적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