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타일러 로빈슨(22).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유명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그의 정치적 동기와 좌파 극단주의적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가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충격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12일 기자회견하는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사진=연합뉴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커크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이 체포되었음을 발표하며, 로빈슨의 가족 진술을 공개했다.

가족들은 로빈슨이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성향이 강해졌다. 특히 커크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밝혀 범행의 정치적 동기를 강하게 시사했다.

또한, 사건 전에 로빈슨이 가족 저녁 식사 자리에서 커크의 단체가 주최하는 유타밸리대학 행사를 언급했음이 수사관들에게 진술됐다.

총격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소총 탄피와 발사되지 않은 탄약에는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치아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콕스 주지사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The New York Times) 등 미국 언론은 이 문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파시스트 저항군이 부른 노래로, 여전히 이탈리아 좌파 진영에서 파시즘 종식을 기념하기 위해 불린다고 설명하며, 로빈슨의 범행이 반(反)트럼프, 반(反)보수주의 성향의 극단적 이념에 기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로빈슨이 커크의 도발적인 견해에 “깊은 경멸”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밤 10시께 유타주 남서부 세인트조지에 있는 자택에서 체포됐다.

아버지가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수배 사진에서 아들을 알아보고 자수를 권유했으나, 처음에는 거부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한 목사의 설득 끝에 마음을 바꿔 자수했다고 알려졌다.

콕스 주지사는 “올바른 선택을 한 타일러 로빈슨의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빈슨은 가중 살인, 중대한 신체 상해를 초래한 총기 사용, 사법 방해 혐의로 체포돼 유타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으며, 판사는 보석 없이 구금할 것을 명령했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낮 유타주 유타밸리대학 캠퍼스에서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USA, United States of America)'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 단체 대표 커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로빈슨이 행사장에서 약 180미터(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소총으로 단 한 발만 발사해 커크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씨엔엔(CNN, Cable News Network) 방송은 로빈슨이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유타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대학입학시험(ACT, American College Testing) 점수는 36점 만점에 34점으로 전체 응시자의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엘리트' 학업 성취도를 보였음이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 USA Today) 등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이러한 엘리트 출신 용의자가 극단적인 정치적 이념에 빠져 테러 행위를 저지른 점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되어 있으나, 최근 있었던 최소 두 차례의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비활동' 유권자로 분류된다.

오랜 이웃은 로빈슨에 대해 "매우 조용했고 친구도 몇 안 됐다"며 "음악 쪽에 관심이 많았고, 매우 똑똑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소셜미디어가 그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여 온라인 공간의 극단주의 확산 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10일 유타밸리대학에서 찰리 커크가 암살당하기 전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암살된 찰리 커크는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USA, United States of America)'의 창립자로, 미국 청년층에서 대표적인 '친트럼프' 활동가이자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제이디 밴스(JD Vance) 부통령은 전날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커크를 추모하며 “이 행정부에서 우리가 거둔 성공의 많은 부분은 찰리의 조직력과 소집 능력에서 비롯됐다”며, 그가 “단순히 2024년 승리를 도운 게 아니라 우리가 정부 전체 인력을 구성하는 것을 도왔다”고 그의 공헌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폭스뉴스(Fox News)에 출연하여 커크 암살 용의자 체포 사실을 알리며 "나는 그(용의자)가 사형 선고를 받기를 바란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는 정치적 폭력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유 보수 진영의 결집을 호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