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 사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폴란드의 단호한 입장이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러시아군의 '실수'로 평가절하하자, 폴란드 외교 수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러시아의 의도적 도발을 규탄하고 더 강경한 국제사회 대응을 촉구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Kyiv)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하룻밤에 스무 번의 실수가 있었다고 믿지 않는다. 공중전이 7시간 동안 지속됐다. 7시간은 실수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드론의 숫자와 영공 침범이 이뤄진 시간, 그리고 비행경로 등을 근거로 이번 사태가 결코 우발적 사고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드론 영공 침범 사건을 두고 “러시아군의 실수였을 수도 있다”며 우발적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바 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에 한계가 있음을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단체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역시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우리도 드론 공격이 실수였길 바란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적으며 외무장관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러시아는 폴란드 내 목표물 공격을 계획한 적이 없으며, 영공을 침범한 드론이 러시아산이라는 증거도 없다며 폴란드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영공 침범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고 폴란드에 제안했으나, 시코르스키 장관은 “그들의 속임수와 거짓말에 질렸다”며 협상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사진=연합뉴스
폴란드 당국은 지난 10일 오전에 19건의 영공 침범이 확인되었고 러시아 드론 3∼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흘에 걸쳐 드론 17대의 잔해를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는 사건 당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자전으로 드론이 경로를 이탈했고, 이를 폴란드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코르스키 장관은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드론이 날아왔으며 이를 우크라이나가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최소 5대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물류지원 허브인 폴란드 동부 제슈프를 겨냥해 날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독일 매체 슈피겔(Spiegel)은 전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못한다”며 군사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폴란드는 오늘 자국 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여 전장에서 익힌 드론 격추법을 배우기로 합의하며, 러시아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단호하고 실질적인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나토(NATO) 회원국의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자유 세계의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