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접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금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격랑에 휩싸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한가운데 서 있다.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은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냉엄한 현실을 간과한 채 모호한 '어정쩡한 친중' 모드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북 정책마저 김정은 정권의 양면적인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막연한 유화책에 기대는 모습이 겹치면서, 대한민국 안보와 국방에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줄곧 '두 나라를 밝힌' 즉, 자신만의 전략적 노선을 확고히 하며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는 동시에,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기회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엔(UN) 인권기구가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 통제가 극심해져 인권 상황이 최악으로 악화했다”고 경고했듯, 북한 정권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며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고립된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통일부의 일부 기조는 마치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는 정상 국가인 양 순진한 기대를 품고, 북한 인권 문제마저 언급을 주저하며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맹목적인 구애에만 몰두하는 듯 보인다. 북한의 위협은 단지 대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냉엄한 힘의 균형과 단호한 안보 태세로 대응해야 할 현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중 간 대결 구도가 심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현 정부가 어정쩡한 '친중' 노선을 택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인·태(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일라이 래트너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서 “미국과 필리핀, 호주, 일본은 지난 5년간 모두 국방전략을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삼는 쪽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도 중국을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주로 북한에 집중해왔다”고 꼬집었다. 동맹국들이 이미 확장된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며 안보 지형의 변화를 외면하는 매우 위험한 태도다. 강대국 사이에서의 어정쩡한 줄타기는 자칫 어느 편에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을 잠식할 뿐이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소장의 분석 역시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부각한다. 스나이더 소장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사태를 핵심 위협으로 설정하면서 한국은 다소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대만 사태 발생 시 한국의 역할이 단순히 한반도 방어에만 머물 수 없으며, 미국의 국방 설계자들이 한국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은, 현 정부의 안일한 외교안보 정책이 자칫 대한민국을 국제 안보 연대에서 고립시키고, 동맹국의 신뢰마저 상실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와 강대국 간 줄타기식 외교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안보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현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양면 전략과 국제사회의 냉혹한 미·중 패권 경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평화'라는 미명하에 맹목적인 구애와 어정쩡한 친중 외교를 지속하는 것은 안보는 물론 국방력까지 약화시키고 한미동맹 관계에 치명적인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로서, 변화하는 국제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은 물론,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확장된 지역 안보 위협에 대비하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외교안보 정책만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