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상호 관세 인하의 대가로 3천500억 달러(약 48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에 대해 한 미국 경제학자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경제학자는 한국이 미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보다는 그 돈으로 자국의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의 국익 중심적 판단을 촉구했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선임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연구센터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 한국, 일본이 큰 틀에서 타결한 무역 합의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하는 대미 투자 약속의 방식이 다소 불분명하며, "이러한 조건이라면 한국과 일본이 합의를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총 3천500억 달러(약 48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투자와 관련하여 세부 내용을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측이 3천500억 달러(약 488조 원)를 미국이 원하는 곳에 투자하고, 한국이 투자액을 회수한 뒤에는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퍼센트(%)를 가져가겠다는 등 한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백지수표'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베이커는 미국이 15퍼센트(%)로 낮춘 상호관세를 다시 25퍼센트(%)로 인상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5억 달러(약 17조4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7퍼센트(%)에 해당하는 이 규모의 수출을 지키기 위해 한국이 3천500억 달러(약 488조 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미국에 지불하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한국은 대미 수출 감소로 피해를 보는 자국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금액의 20분의 1만 써도 더 큰 국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수출 피해 규모 산정 방식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무역 합의의 실질적인 득실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국익을 최우선하는 강력한 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자국 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대규모 투자가 한미 동맹 강화와 더불어 실질적인 국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혹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