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사진=연합뉴스
◆ 민주당, 25일 정부조직법·방통위법 강행 처리 예고…與野, 필리버스터 대치 전망
노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대치를 벌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완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은 '결사 저지' 방침을 천명하고 나서며 정국은 다시금 격렬한 전운에 휩싸이고 있다.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이번에도 '살라미 전술'로 법안을 하나씩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모든 법안에 대한 전면적 필리버스터 카드를 검토하는 등 투쟁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강력한 저항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병기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 국정 정상화 명분 내세운 與…검수완박 넘어 '방송 장악'까지
민주당은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해당 법안에는 당정이 발표한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수사)·공소청(기소 담당) 신설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 ▲기후에너지환경부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방통위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는 명분 아래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 역시 이날 입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의결된 바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설 경우, '법안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후 여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여당 주도 법안 처리'라는 기존의 '살라미 전술'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 정부조직법과 맞물린 일부 법안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번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이 있는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법안 11개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여 우회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찬성으로 지정되는 패스트트랙은 실제 법안 처리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리 자체는 보장되는 제도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국내 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 개편에는 야당도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하지만, 끝까지 발목잡기를 한다면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며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차질 없이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공작 중지'ㆍ'사법장악 중단' 구호 외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법장악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검찰 보복'·'언론 장악' 규정하며 필리버스터로 저지 총력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의 이러한 입법 독주에 맞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개편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검찰청 폐지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이며,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검찰 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일관된 논리이다.
또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의 경우,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한 '위인폐관(爲人廢官, 사람을 위해 관직을 없앤다) 입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국민에게 알리고, 여당의 일방적인 '입법 폭주'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상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한 모든 법안에 대한 전면적인 필리버스터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내 뉴스 기관 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지도부는 추석 연휴에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 무제한토론 하는 주진우 의원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지난 8월25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법관 증원·내란전담재판부 논의까지…여야, 전면적인 입법 충돌 예고
여야의 이러한 필리버스터 대결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방송 3법,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더 센 상법(2차 상법 개정안) 처리 등에 이어 세 번째 전면적 충돌이 된다.
여기에 민주당은 조만간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법안과 3대 특검 종합대응 특위가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논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특검 사건의 재판을 전담하는 재판부 설치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대법관 증원 역시 여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입법 독재'로 규정하고, 장외 집회와 대국민 메시지 등을 통한 강력한 대여(對與) 비판 여론전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