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벙커버스터 공습받은 이란 지하핵시설.사진=연합뉴스
이란이 지난 6월 미군의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던 나탄즈 핵시설 인근에 '정체불명의 지하시설'을 건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 Washington Post)가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하여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지하시설은 미군의 공격 이후 이란의 핵 개발 재개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지하시설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남쪽으로 1.6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자그로스 산맥 깊숙한 곳, 일명 '곡괭이 산'으로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다.
상업용 위성 사진상에는 산비탈의 동쪽과 서쪽에 지하시설로 연결되는 터널 입구가 확인됐다.
현재 이 지하시설의 정확한 목적은 불분명하다.
이란은 당초 2020년 이 시설에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조립하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은 올해 초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사무총장이 해당 시설에 대해 문의했을 때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해 말 착공된 이 시설은 특히 지난 6월 미군의 폭격 직후인 같은 달 말부터 보안벽이 설치되고 도로가 정비되는 등의 활동이 포착됐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사라 부르카르트 연구원은 “터널 입구를 덮는 이유는 공습 대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입구를 붕괴시키기가 더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셉 로저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핵문제 프로젝트 부소장은 “덤프트럭, 트레일러 등 중장비들의 존재는 지하시설의 지속적인 건설과 확장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흙과 바위로 덮인 콘크리트 골조와 주변 폐석 더미 등을 근거로 터널 보강 및 굴착 공사가 진행 중임을 추측하고 있다.
이 시설의 깊이는 약 80미터(m)에서 100미터(m)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미군이 '벙커버스터'를 이용해 공략했던 포르도 지하 핵시설(최대 80~90미터(m))과 유사하거나 더 깊은 수준이다.
이처럼 지하 깊은 곳으로 시설을 확장하고 보강하는 움직임은 은밀한 우라늄 농축 시설, 또는 무기급에 가까운 우라늄 비축분을 안전하게 저장하기 위한 장소일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지난 6월 미군의 폭격으로 포르도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이스파한의 핵시설도 타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폭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으며, 이란이 폭격에 대비해 무기화 직전 단계인 60퍼센트(%) 농축 우라늄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켈시 대번포트 군비통제협회 비확산정책국장은 이 같은 움직임만으로 이란이 당장 핵 개발을 재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란은 여전히, 만약 그들이 결정을 내린다면 꽤 빨리 재건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