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미 텍사스 댈러스 ICE 주변 건물 옥상 조사하는 FBI 요원들.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지난해부터 정치인이나 공무원, 건물 등을 겨냥한 저격형 총기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미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건물을 노린 총격 사건이 2주 전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벌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을 모방한 범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찰리 커크 암살사건 범인이 총격을 가한 유타밸리대 건물 옥상.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수사국(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은 24일 댈러스 ICE 건물 총격범 조슈아 얀(29)이 주변 건물을 조사하며 수개월간 범행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얀은 인근 옥상에서 소총을 발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탄피에 “ICE 반대”(ANTI-IC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2주 전 유타주에서 발생한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서 범인 타일러 로빈슨(22)이 탄피에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고 적은 것과 유사하다.
두 사건 모두 범인이 옥상에서 저격수처럼 특정 대상을 노린 점이 공통적이다.
얀은 범행 전 인터넷에서 ‘찰리 커크 피격 영상’을 여러 차례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비밀경호국 고위 요원 돈 미할렉은 에이비시(ABC, American Broadcasting Company) 방송 인터뷰에서 “원거리 총격은 새로운 현상이며, 이는 모두 버틀러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암살 시도 총격에 귀를 다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버틀러 사건은 지난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중 인근 옥상에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소총으로 여러 발을 쏜 사건이다.
크룩스는 총알 한 발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스친 뒤 사살됐으며, 이 사건 이후 1년 2개월간 최소 7건의 저격형 사건이 발생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버틀러 사건 이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에서의 두 번째 트럼프 대통령 암살 미수(작년 9월), 켄터키주 고속도로 고가도로에서 12대 차량을 공격해 8명 부상(작년 9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명 경찰관 사격(올해 8월),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건물 총격(올해 8월) 등 유사 사건이 잇따랐다.
조지아주 부보안관 출신 저격수 대응 전문가 제시 햄브릭은 “이것이 미국 폭력 범죄 역사에서 총기 난사 다음 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사상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암살 등 저격 사건은 있었으나, 이렇게 짧은 기간에 빈발한 적은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번 ICE 총격으로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ICE 국장 대행 토드 라이언스는 전국 시설 보안 프로토콜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단계는 요원들의 안전 확보”라며 “공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모두가 무사히 귀가하는 것이 가장 큰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햄브릭 전문가는 “법 집행기관은 주변 건물 지붕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할렉은 드론을 활용한 건물 상부 감시를 표준 절차로 도입할 것을 조언하며 “드론은 ICE를 비롯한 많은 기관에서 요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추세는 정치적 양극화와 총기 규제 논란 속에서 미국 사회의 폭력성을 드러내며, 법 집행 기관의 대응 강화와 사회적 합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