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에서 미군의 공습을 받은 선박.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마약 카르텔과 "무력 분쟁" 상태에 있다고 결정하고 카르텔 조직원들을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했다.
이는 자신이 지시한 미군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격침이 국제법 위반 논란에 휘말리자, 군사력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한 이번 결정은 미국 내 마약 참극을 해결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밀매 카르텔을 "비(非)국가 무장단체"로 규정하며, 이들의 행동이 "미국을 상대로 한 무장 공격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통보문을 이번 주 의회에 보냈다.
이는 뉴욕타임스(NYT)와 어소시에이티드 프레스(AP)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행정부는 미군과 관련된 적대행위를 의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통보문에서 미국이 카르텔과 "비(非)국제적 무력 분쟁"(non-international armed conflict)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밀매를 차단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카리브해에 배치했으며, 미군은 지난달 '마약 운반선'을 상대로 3차례 공습을 가해 탑승 인원들을 사살했다.
이 3차례의 공습 중 최소 두 번은 베네수엘라 선박이 표적이었다.
이 같은 무력 사용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미국 내외에서 잇따랐고, 민주당은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매년 약 10만 명의 미국인이 마약 과다 복용으로 숨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행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카르텔을 위해 마약을 밀매하는 이들을 국가 방어 차원에서 사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마약 카르텔과 무력 분쟁 상태라고 공식 규정한 것은 카르텔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지시할 대통령의 권한을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평가한다.
국제법상 무력 분쟁 중인 국가는 적국 전투원이 위협을 가하지 않더라도 합법적으로 사살할 수 있고, 그들을 재판 없이 무기한 구금하고 군사 법정에서 기소할 수 있다.
평소라면 사법 당국이 마약 밀매 혐의를 받는 사람을 재판 없이 사살하면 범죄가 되지만, 카르텔을 미국과 무력 분쟁 중인 전투원으로 규정하면 이들을 바로 사살해도 용인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무역 분쟁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적대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마약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미국에 파는 것은 미국에 대한 무장 공격과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지적이 뉴욕타임스(NYT)에서 나온다.
육군 법무감 출신인 제프리 콘은 군이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것이 불법이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의 행동을 법적 기준을 위반하는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제법상 비국가 단체가 무력 분쟁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하려면 '조직화된 무장 단체'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마약 카르텔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정보 당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베네수엘라 기반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에 대해 느슨하게 조직되고 너무 분산되어 행동을 조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