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 EU 외교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라고 밝혔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돈바스 지역 양보 주장을 비판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합의하려면 돈바스 나머지 지역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러시아가 가해자, 우크라이나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양보하면 더한 요구가 뒤따를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수차례 경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EU 외교장관들이 관련 논의를 했으며 "우리의 전략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게 하고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요구를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약 90퍼센트(%)를 점령했으며, 전선은 2년 넘게 교착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Financial Times)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강요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미·러 정상회담 개최지로 EU 회원국 헝가리가 낙점된 점에 불편을 드러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체포영장이 발부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EU 국가에 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푸틴을 만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실제로 종전 합의해야 할 두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회담이 빈손으로 끝나고 분위기가 험악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산 무기 지원 논의가 무르익던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 태도가 돌변한 데 허탈감이 감지된다.
익명 EU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나흘 전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논의하던 상황에서 이제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에 초점"이라며 "단 한 번 통화로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 생각을 바꾸게 한 듯하다. 트럼프 입장 선회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만드는 것은 유럽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영국·폴란드·핀란드 등 주요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지 메시지를 잇달아 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미국 패트리엇 방어체계 25기를 새롭게 구매하기 위한 계약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 확답을 주지 않은 점은 미·러 정상회담 앞두고 푸틴 대통령 자극 피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발언은 10월 19일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간담회에서 이뤄졌으며 20일 보도가 허용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