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헌신 군인의 길 다짐
지난해 2월29일 오후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9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 생도들이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병장 월급은 1991년 1만원을 넘어선 이래 25년 만에 2백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러한 인상이 간부 지원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세금 지불자와 수령자 모두에게 우려와 비판을 사고 있다.

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병장 월급이 7천5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꽤 파격적인 인상으로, 과거 결혼식 축의금이 5만원, 부의금이 10만원이던 시절에 1원 한 장 받지 않고 3년의 청춘을 나라에 바쳤던 병사들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부모의 '빽'을 동원하거나 신체·정신 질환을 가장해 병역 면제를 받은 이들을 부러워하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밤낮없는 구타의 공포 속에서도 돈도 '빽'도 없는 처지를 한탄하며 적은 월급을 꼬박 모아 부모에게 부쳐드리던 병사들의 효심이 군에서 비로소 철든 아들의 증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경조사 봉투의 두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병장 월급은 25년 전의 약 2백배인 2백만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세금을 내는 국민이나 월급을 받는 군 관계자 모두 이러한 변화를 마냥 반기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다 나라 곳간이 거덜난다"는 우려와 "군대가 편해졌는데 왜 그리 큰돈을 주느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언론 역시 병사 월급 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부사관이나 소위보다 병장 월급이 높아 초급 간부 지원율이 떨어지고 이탈이 심화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나는 육사 출신이다'
지난 2019년 2월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제75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한 졸업생도가 후배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약 3분의 1가량이 자퇴하거나 임관을 포기했다는 통계가 공개되자, 그 원인 중 하나로 병사 월급 인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병장 월급 2백만원이 간부 지원 기피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병사 급여는 월급이라기보다는 의무 복무에 대한 '격려금'에 가까우며, 어차피 군에 가야 하는 병사와 군에 인생을 건 직업 군인의 처지를 동일한 기준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정한 문제는 급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간부로서 쌓은 군 복무 경력이 제대 후 사회에서 활용되기 어렵다는 인식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육군은 간부로서 쌓은 경력이 제대 후 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는 병과(兵科)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해병대는 '몇 기냐'는 인맥과 '영원한 해병'이라는 자부심이라도 있지만, 육군 간부는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하여 소령이나 중사로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 후 곧바로 실업의 문턱에 서게 된다.

더욱이 요즘은 모바일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아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헬리콥터 엄마'와 '마편'(마음의 편지)이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간부의 진급을 가로막는 철없는 병사들을 감싸야 하는 현실까지 더해졌다.

하사부터 원사, 소위부터 대장까지, 전투 준비보다 사고 예방이 더욱 중요한 과업이 된 '행정 군대' 속에서 간부는 사실상 군복 입은 보이스카우트를 돌보는 '보호자'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설에도 빈틈없는 경계작전
강원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지난 2023년 12월12일 오전 을지부대 장병들이 최전방에서 빈틈없는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을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바꾸기 위한 해법은 단순하다.

급여 인상 또한 중요하지만, 제대 이후의 삶을 재설계해주는 정책이 시급하다.

장기 복무자에게는 수도권 아파트 특별 공급 등 주거 안정과 양육 지원을 비롯하여 수도권 근무 기회 확대, 다양한 보직 경험, 복무 후 취업 및 창업 연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단순히 간부 월급만 올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제 군은 더 이상 '까라면 까야' 하는 수직적인 조직이 아닐뿐더러, 단순히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는 직업군이 됐다.

장교와 부사관이 '나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 바로 강한 군대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