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대상으로 마약 유입 차단을 이유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남미 좌파 정부에 대한 전방위 공세로, 양국이 '정권 흔들기'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지역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주변 카리브해에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과 항모 항공단을 배치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 남부사령부 관할 지역에 이를 배치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카리브해와 중남미 연안 동태평양 등지에 군함·전투기·드론(무인기, Unmanned Aerial Vehicle)을 증강하며 '마약 운반선'으로 지목한 선박을 격침해 이날까지 43명을 사망케 했다.

B-1B 전략 폭격기 등 자산을 카리브해 상공에 투입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영토 내 코카인 제조 시설과 밀매 경로 직접 타격 계획도 검토 중이다.

미국 CNN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육상 시설 공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여러 징후가 베네수엘라 일대 군사 긴장 고조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디씨(DC, District of Columbia)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베네수엘라에서 곧 지상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사람들을 그냥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New York Times)가 보도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베네수엘라 비밀작전' 승인과 연계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국회의장 지지로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를 초래하며 마두로 축출을 시도한 바 있으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군사 개입 암시 메모 패드가 논란을 불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석유 수출 제재 등으로 압박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조작하려 한다"며 "결국 우리가 막아낼 수 있는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반발했다고 프랑스 에이에프피(AFP, Agence France-Presse) 통신이 전했다.

마두로 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정권 교체 야욕'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 규탄 시위에서 연설하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에도 제재를 확대했다.

미 재무부는 24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가족·측근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보호하고 마약 밀매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 대통령을 '불법 마약 수장'으로 표현하며 마약 차단 의지를 문제 삼았다.

올해 초부터 관세 부과·이민자 송환 비판으로 견제해온 데 이어, 약 30년 만에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엑스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며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돈로주의'(Donroe Doctrine) 부활로 분석한다.

이는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1823년 '먼로주의'(유럽의 아메리카 개입 반대)를 트럼프의 이름 '도널드'와 결합한 용어로, 고립주의 속 자국 이익을 위한 군사력 적극 활용을 의미한다.

먼로주의는 미국 독립 후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미주 대륙 자주성을 강조했으나, 이후 파나마 독립·콜롬비아 내전 등 남미 내정 개입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남미 압박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좌파 정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